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민주당,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이 갖는 파괴력의 증거

김성열 2014. 3. 3. 11:57
728x90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통합신당 창당 발표는 일요일 오전의 노곤함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기초공천폐지 정도에나 합의를 볼 것이라는 '뻔한' 시나리오가 예상되었기에 통합신당 창당 소식은 무게감이 꽤나 있었다.


모든 일에 그렇듯이 이번 통합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평가와 판단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의 눈에는 감동의 명장면이고 어떤 이에게는 위험한 거래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신의 한 수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민주당은 이름대면 척 알만한 의원들이 환영의사를 표시한 반면 김광진 의원의 경우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면서 분노(까진 아닌가?)했다. 새정치연합은 내부반발이 많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으며 그 와중에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연락을 끊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며 투쟁에는 힘의 논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신당창당은 어떤 진영에 대한 투쟁을 위해 힘을 모으는 역학적 구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물론 이 힘모으기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제법 파괴력이 있다는 증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원래 싸움판에 들어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면 괜한 트집을 잡고 싶고 상대의 전략이나 전술을 하찮을 것으로 일축하고 싶다. 평정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평정심을 갖고 있다는 티를 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허세다. 진짜 평정심이 있다면 굳이 헐뜯을 필요가 없다. 그냥 씩~ 한번 웃어주면 된다. 


"구(舊)정치 뺨치는 왕구태정치"

"포장에 국민이 속지 않을 것"

"결국 2명의 국회의원 갖고 안되니까 민주당에 백기투항"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를 말할 자격도 없고 안쓰럽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양자구도로 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창당 발표에 대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비평을 들어보면 한 사람이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원내대표답게) 잘 정리해서 얘기하고 있다. 양자구도로 갈 것을 예상했다면서 할 말이 뭐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상대의 전략이 가진 파괴력만큼 폄훼의 강도, 허세의 강도가 세진다고 본다면 이번 신당창당 발표는 묵직한 한 방이라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도 한소리 했는데 최경환 원내대표와 비슷한 얘기다.(출처 - 경향신문)


침묵의 새누리당

한편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없는 듯 하다. 새누리당에게 명경지수 같은 평정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좋지 않은 시나리오, 그러니까 기초공천제폐지에다가 6.4 지방선거에서 1대1 구도라는 두 개의 사안이 한꺼번에 밀어닥치자 얼이 빠진 것이다. 최경환 원내대표의 말대로 원래 예상하고 있었다면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반응도 빠르게 나왔을 것이다. 반응이 느리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새누리당이 이 정도로 일로 당혹해할 리가 있을까 의심이 갈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산전수전에는 여야 1대1 구도에서 '발렸던' 기억도 있다. 서울시장도 그렇게 내주었고 총선에서도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야권의 기세에 화들짝 했던 적이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경험만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것이다.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해도 상대의 공격에 무감각할 수는 없다. 권투를 20년 했다고 해서 상대의 펀치가 안아플 리 없는 것처럼 말이다.


득점 인정

이번 신당창당 합의가 카운터 펀치라고 할 수는 없다. 새누리당이 해체되거나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할 정도는 되어야 카운터 펀치다. 그래도 득점으로 연결되는 펀치임에는 틀림 없다. 다만 이 펀치를 날리기 위해 자세가 좀 흐트진 것도 맞다. 원래 펀치를 세게 치려면 역공의 위험은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는 대신 한 방을 먹인 것에서 위안을 삼는 것도 괜찮다. 


이번 라운드의 승패를 가르는 묵직한 한방이었는지, 역공의 틈을 내준 소탐대실의 움직임이었는지는 라운드가 끝나고 슬로우비디오로 분석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를 올곧은 신념으로 할 필요는 없다. 대중에게 어떠한 책무를 부여받았는지 새삼 확인하고 그 책무의 달성을 위해 힘을 쏟는 것도 정치다. 막스베버가 말했듯이 정치가의 신념은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신념이면 충분하다.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