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문대성 의원 복당을 통해 본 새누리당의 본질

김성열 2014. 2. 2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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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얼음 지치기의 아쉬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김연아 선수가 정치판에 등장했다. 그것도 논문 표절 문제로 새누리당을 자진 탈당했던 문대성 의원의 복당과 연관해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1일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문대성 의원의 복당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대성 의원이 IOC 위원으로 있는 만큼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해서 일할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서 복당 결정을 내렸다". 

"오늘 새벽에 김연아 선수가 잘 경기를 하고도 이렇게 밀렸는데, 과연 채점이 제대로 된 것이냐 하는 의혹이 있었다. 바로 이런 것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 연아가 뭐!!

문대성 의원이 그저께 아침에 IOC 위원이 된 것은 아니다. 문대성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는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해서 일할 부분이 별로 없다가 김연아 선수 때문에 갑자기 그 필요성이 커진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해서 의미가 있는 자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당시에 그의 탈당을 막았어야 했다. 그게 새누리당에게도 속 편한 일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복당을 허용하는 것이나 탈당을 막는 것이나 부도덕한 사람의 당적을 인정하는 것은 같다. 그 결과가 같다면 부도덕한 사람에게 당적을 허락한다는 욕만 먹으면 될 일이지 굳이 복당이라는 변심과 일관성 없음에 대한 욕까지 먹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이미 도덕성에 금이 간 사람이 '채점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심재철 의원의 말은 자다가 새벽 세시에 봉창 두들기는 소리다.


쇼당? 안받아~

'문 의원이 복당 좌절로 안철수 신당을 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했다'라는 얘기도 떠돈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다. 문대성 의원이 선택한다고 안철수 신당이 그를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으며, 새정치 하겠다는 신당이 논문표절로 당에서 쫓겨난(제 발로 나오긴 했지만 이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의원을 받을 이유는 없다. 쇼당도 받을 때가 있고 안받을 때가 있는 법이다.



이모, 여기 의원 하나 추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에서 당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 해석이다. 부도덕하다고 쫓아낸 사람을 다시 복당시키면 당 전체가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가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력만 강화될 여지가 더 크다. 그래도 대한민국 제1당인데 바보들만 모여있을 리는 없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과반수 의석을 훨씬 넘는 155석의 새누리당이 말썽으로 탈당한 의원 1명을 복당시켜 국민의 비난을 받는 것을 보니 역시 새누리당은 탐욕의 만석꾼"이라는 글을 남겼다. 새누리당이 탐욕의 만석꾼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국회의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한 당이 자리 하나가 아쉬워서 욕을 먹고라도 복당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해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남이가

'복당 허용'이 의결된 2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대성 동정론'이 회의장을 압도했다. '다른 정치인들도 표절논란이 많은데 문 의원에게만 가혹하다'거나 '과가 있지만 당과 국가에 많은 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교수직 사퇴 등으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졌다' 등의 의견이 복당 허용의 근거로 제시됐다.

(노컷뉴스 2014.02.21 '논문표절 문대성 복당..새누리당의 '고무줄 잣대'')


문대성 의원의 복당은 그 의결을 주도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민심'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위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문대성 동정론'이 대세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우리 대성이만 왜?", "잘못하긴 했지만 당한테는 1석이고 금메달도 땄잖어~", "교수직 사퇴했으면 됐지 뭘 더 하라 그래~" 이런 것들이다. 정치를 행하는 당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앞선 판단이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몰라준다.


새누리당 의원의 '민심'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렇게 사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극히 위험한 결정을 한 것은 "욕을 먹으면 당이 욕먹지 내가 욕먹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과 나를 구분할 줄 아는 객관성이 그들에게는 뼈속까지 들어차 있다. 그리고 애뜻한 동업자 정신과 철저한 준비성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들은 한자리 하고 싶은 그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이러한 선례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할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안다.



기회만사성

새누리당을 이루는 것은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나 원내대표나 중진의원이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의 의원들 개개인의 사심이 적절히 뭉쳐진 곳이다. 보수주의, 애국, 용공세력 타파, 좌익척결, 서민을 위한 나라 따위의 어구들은 새누리당의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입신양명하고 싶고 남 위에 올라서고 싶은 사람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일 뿐이다. 한마디로 속물적 기회주의자들이 바글거리는 곳이다.


문대성 의원의 복당 허용은 그 기회의 가능성을 유지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에게 당이란 적절히 느슨한 연대를 통해서 자신들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곳이 되면 충분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다른 사람의 안위를 적당히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그 느슨한 연대를 지속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대성 의원의 복당 허용이 가능한 것이다.


의리라는 말을 써도 되겠다. 물론 뜻과 이치를 목숨처럼 지키는 의리가 아니다. 그저 나의 이익을 위해 서로 눈치보고 적절히 타협하는 양아치의 의리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제1여당은 바로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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