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이승만 영화를 제작한다는 서세원의 발표가 불편한 이유

김성열 2014. 2. 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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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개그맨, 현직 목사, 겸직 영화감독 서세원이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움'이라는 행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신문기사를 통해 이 소식과 행사의 분위기를 접하며 여러사람 불편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영화 감독으로서의 역량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영화의 완성도는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평가할 일이다. 다만 그가 만들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너무 뻔히 보여서 불편하기 그지 없다.


서세원의 영화 제작 발표가 불편한 이유는 그가 만들 영화가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화기 위함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서세원은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하지 않고 공적과 과오를 모두 담겠다고 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승만을 그려내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제작 발표장이나 다름 없던 심포지엄은 빨갱이 타령하는 특정 종교인들 주축이었다. 그들의 전반적인 성향은 심포지엄 사회를 맡았던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의 "감독님의 말이 정말 훌륭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이 위대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는 덮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발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서세원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그러한 성향의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빨갱이들로부터 이 나라 지켜야 해요. 우리는 정신병자들하고 이 금 하나 놓고 살고 있어요. 우리가 정신 똑바로 안 지키면 우리 자녀들 다 큰일나요"라는 서세원의 발언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람의 성향이 드러난 판국이다.


어떤 영화가 특정 종교나 특정한 사상을 지향하는 무리의 편향이 될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누군가를, 무언가를 미화한다는 것은 문제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둔갑시킨다는 것은 악한 것을 선한 것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그리고 악을 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악의 반대편에 있던 선을 오히려 악으로 만들거나, 최소한 선하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진실의 왜곡은 피할 수가 없다.



앞서 정미홍 대표가 말했던 '작은 실수'3.15 부정선거를 가르킨다. 부정선거를 작은 실수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이 나쁜 사람, 나쁜 대통령일리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미 악을 악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영화가 객관성을 얻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히 무리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지독히 편향적인 그들은 3.15 부정선거에 항거했던 민중의 의지와 행동이 악한 것이었거나, 최소한 작은 실수에 대해 너그러움 없이 강짜를 부린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4.19 혁명에 깃들어 있는 진실과 진정성을 왜곡하는 것이다. 4.19 혁명을 긍정하게 되면 그들이 받드는 이승만 대통령은 악이 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역사와 진실의 왜곡은 필수적이다.


한 술 더 떠서 "3.15 부정선거는 자유당의 부정선거였지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개입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대표라는 사람이 그날 심포지엄에서 말했다.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왜곡해 놓은 진실'을 영화를 통해 그려내겠다는 심산이다.


3000만명을 동원하든,해외 영화제에 가서 상을 받든, 세계적인 배우를 캐스팅 하든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라고 만만히 여기지 말기 바란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이지 극장이 있기 때문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다. 관객수 480명을 동원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리라 생각해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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