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김용판 무죄, 이제 권은희의 배후를 캘 때다

김성열 2014. 2. 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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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축소은폐 혐의에 무죄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송파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의 진술이 수사와 관련 있는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달라서 진술의 신빙성을 없다고 보았다. 진실과 거짓이 다수결로 결정되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내가 열일곱명한테 일방적으로 줘 터졌어도 열일곱명 모두가 내가 자해를 했다고 하면 그것이 진실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괜찮다. 진실을 밝힌 것으로 재판부의 도리는 다 한거다.


재판 결과는 나왔고 피고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어차피 이번 재판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을 따지는 것이 핵심이었으니 그것을 가려낸 것으로 성과를 거두었다 할 수 있다. 김용판이 유죄라면 그에 맞는 벌을 주면 되는 것인데, 김용판이 무죄니까 벌 안주면 된다. 거기에 큰 맘 먹고 내부고발자 역할을 했던 권은희 과장의 말은 거짓말이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낸 것은 괜찮은 덤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판결에 대해 석연찮아 하고 있다. 왜냐하면 권은희 과장이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천지 어떤 바보 멍청이가 자기 앞날을 가시밭길로 만드는 거짓을 말하겠는가? 그냥 있는대로 말하면 자기의 생활에 아무 지장도 없을텐데 굳이 나서서 '거짓말'을 해가며 자기를 곤란하게 만드는 행동이 가당한 얘긴가? 그것이 석연찮은 부분이다.



권은희 과장이 거짓 진술을 했다면 뭔가 얻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부끄러움을 무릅쓴 진실의 승리이든, 당당한 정의감의 획득이든, 불의에 대한 증오의 실질적 표현의 달성이든 말이다. 그것을 밝혀 내지 못한다면 김용판 무죄 판결의 석연찮음은 계속 될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고민해서 판결해놓고는 석연찮음을 남긴다는 것은 재판부로서도 가오가 안서는 일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사람은 원래 진실을 두려워한다. 진실로 인해 자신이 뭔가를 잃게 될 것으로 생각되면 진실 앞에 겁을 내기 마련이다. 권은희 과장도 분명 겁이 났을 것이다. 진실을 말했든 거짓을 말했든 진실을 대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겁이 났을 것이다. 그런 겁을 이겨낸 인물이라 해서 재판부가 주눅들어서는 안된다. 재판부는 그 진실을 밝힐 유일하고 단일한 주체니까 말이다.


김용판 무죄 판결에 대해 권은희 과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변희재가 권은희 수사과장에 대해 한소리 했다. "친노종북 권력을 뒤에 업고 경찰에 항소하지 않으면 '너희 죽어'라고 협박한 것"이고 "일개 경찰이 대한민국 정부와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고 말이다. 


권은희 과장의 '협박' 뒤에는 분명 거대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 믿는 구석 없으면 일개 경찰이 어떻게 '거짓말'에 이어 '협박'까지 하겠는가? 재판부는 이제 권은희 과장의 배후에 있는 그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쫄지 마시라. 진실과 정의가 당신들을 주눅들게 한 것이 하루 이틀 일인가.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요임금이 어질지 못해서가 아니다. 개는 원래 자기 주인이 아닌 사람을 보고 짖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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