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변희재의 생떼쓰기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김성열 2014.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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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가 연일 히트를 치고 있다. 시작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축소은폐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한 권은희 과장의 기자회견을 놓고 '일개 경찰이 대한민국 정부와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는 일갈이었다. (협박의 대상에 국민이 쏙 빠진 것이 아쉽기 그지 없다). 


그러더니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나온 것에 대해 비난을 하고 나섰다. 표창원은 정치를 선언한 사람인데 예능 프로그램에 출현시킨 것은 그를 띄우기 위함이며 그 배경에는 MBC 사장과 노조의 야합이 있을 것이므로 MBC 사장 목을 날려야 한다는 살벌하기 그지 없는 내용이다.


'왜 또 생떼쓰고 난리야?'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번도 아니고 연타석 히트를 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도 멘션을 날리면서 그 표현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겠는가. 변희재가 생떼를 확그냥 막그냥 여기저기 막그냥 쓰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은 시간 날 때(반드시!), 한번쯤 해봐야 할 일이다.


질투와 시기심

사람은 누구나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다. 변희재는 그 인정욕구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사람이다. 국가의 안정과 발전의 근본이 되는 좌익종북세력 척결에 대한 본인의 의지와 사상을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을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만하면 이름 석자 제법 알려졌는데도 힐링캠프나 무한도전에서 불러주지도 않는다. 반면에 그가 싫어하는 어떤 사람들은 그런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는다. 여기서 변희재의 질투가 샘솟는다.


질투의 목적은 단순히 욕구의 충족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얻어야 한다. 변희재는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싶은데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한다. 경쟁자들이 그 사랑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질투에 사로잡힌 변희재는 경쟁자를 제거하고 싶은 또다른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그들을 끝장내기 위해 학위 논문을 뒤지고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좌익용공세력)로 몰아가는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변희재의 질투는 시기심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를 파괴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변희재는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하려는 단계를 넘어 (변희재에게는 사람들의 관심과 의식을 '소유'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는 매우 전체주의적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관심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질투의 대상이 가진 소유물과 자질을 파괴하는 것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열등감과 피해의식

열등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다. 열등감을 긍정적 에너지로 쓰면 자신의 단점을 보강하여 발전의 토대로 삼게 된다. 반면에 열등감을 부정적 에너지로 쓰면 남탓을 하고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소극적이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공격적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변희재의 경우는 남 때문에 선량한 자신과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국가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여 그 피해의 주체를 공격한다.


변희재는 자신의 사상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주로 공격한다. 반대편에 있는 그들의 사상이나 생각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되면 그들이 옳은 것이고 상대적으로 변희재는 옳지 않게 된다. 변희재는 그 '괜찮은' 사람들이 활개를 칠수록 자신이 못난 사람이 된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변희재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변희재가 소송을 걸어대는 것이 열등감을 벗어나려는 대표적인 공격적 행동이다. 소송의 승리를 통해 "내가 옳고 당신이 그르니 내가 너보다 잘났고 나의 사상과 의식이 당신의 그것보다 우월하다"라는 간편한 도식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변희재에게 소송은 꽃놀이 패다. 어차피 자신이 열등하다고 여겨지는(정확하게 말하면 평가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판에 진다한들 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굳은 신념

진짜로 진짜로 변희재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는 좌익종북주의자가 무척 많고, 그들이 국가의 안위를 흔들고 있으며, 그들이 사라져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가 된다는 그런 신념 말이다. 개인의 정치적 신념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변희재의 제대로 된 국가는 모든 사람이 변희재와 같은 생각을 하고 변희재와 같은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서 문제가 있다.


자신과 타인은 충분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신념을 관용하지 않는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에 어긋난다. 그 어긋남으로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을 지켜내겠다고 하니 볼썽 사나와지는 것이고 매사가 떼쓰기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다.


그냥 관심병

신념이나 질투, 시기, 열등감 따위와는 관계 없이 순수한 관심병일 수도 있다. 누가 봐도 저건 좀 아니다 싶은 것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나 앞뒤가 안맞는 논리를 들이대는 것을 보면 정당한 주장을 통한 경쟁보다는 그저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령 밥값을 제대로 내지 않아 비난 받으니 식당을 종북식당이라고 몰아부친 것은 어거지에 지나지 않으며, 무한도전에 표창원 교수가 출현한 것은 펄펄 뛰면서 힐링캠프에 문재인,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출현한 것에 대해서는 별 말 없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정치적 신념이나 사상과는 관계가 먼 낸시랭을 못살게 구는 것도 낸시랭에게 묻어서 눈에 띄려는 전략이 아니었는지 쬐끔 의심이 간다.



이래저래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봤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핑계삼아 써야할 것 같다. 변희재도 사람이니 한 길 그 속을 제대로 알기란 애시당초 안될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하기야 알아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일 것 같아 이쯤에서 그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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