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여수 기름 유출 사태와 윤진숙 장관의 국민 사랑

김성열 2014. 2.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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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31일, 여수 앞바다에서 유조선 하나가 송유관을 들이받아 원유가 유출되었다. 2007년 태안반도 기름 유출을 겪었던지라 바다에 기름 흘러내리는 사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책 수립과 해결의 주무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장관이라는 분이 말도 아닌 막걸리도 아닌 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사려 깊은 진숙씨

여수 기름 유출 현장에 방문한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입과 코를 손으로 막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안그래도 사고 후 이틀이나 지나 늑장 방문해서 책 잡힐 판국에 냄새를 피하는 듯한 동작은 사람들에게 좋게 보일리 없었다. 수 많은 질타가 이어지자 냉큼 해명을 했다. 독감으로 인해 기침이 자꾸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랬단다. 사려 깊으시다.


구설수 분야에서는 워낙 명성이 높으신 분이라 이정도까지면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할만도 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2월 3일 JTBC 뉴스9에 출연해 왜 자꾸 구설수에 오르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뭐병' 수준에 가까운 생뚱맞은 답을 하는가 하면, 2월 5일(오늘 되시겠다)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를 위한 국회 회의에서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는 명언까지 날리셨다.


국민이요? ㅋㅋㅋ

윤진숙 장관의 태도를 보면 자신이 달고 있는 장관이라는 감투의 무게감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한 나라의 장관쯤 된다면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에 대해서는 확고한 사명감을 가지는게 당연하다. 기름 유출 현장에 갔다면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콧구멍까지 활짝 열고 역한 기름 냄새를 팍팍 들이마셔가며 사태를 몸에 각인시켜야 했다.


"장관님, 왜 그렇게 코를 벌름거리십니까?"라고 누가 묻는다면 "제가 지금 감기가 걸려서 냄새를 잘 못맡습니다. 여기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알려면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냄새까지 확실하게 맡아야 하기 때문에 코를 벌름거렸습니다. 혹시 제가 기침을 하더라도 그건 감기 때문이니 이해해 주십시오." 이정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윤진숙 장관의 해명처럼 감기 때문에 코를 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름이 유출된 그 지역의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고 한다는데 기껏 자기 감기 챙기느라 코를 막고 있다는 것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장관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윤진숙 장관은 국민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어민이 2차 피해자?

윤진숙 장관이 국민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어민을 2차 피해자로 규정한 것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를 1차, 2차로 나누는 것은 직접적인 피해를 누가 많이 입었냐는 것이고 피해의 크기와 깊이를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윤진숙 장관은 송유관이 깨져서 피 같은 기름을 잃어버린 회사의 피해가 어민들의 피해보다 더 직접적일 뿐만 아니라 더 크다는 것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비용을 따지거나 한다면 GS칼텍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주민들은 현재의 직접적인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의 삶의 터전이 황폐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피해의 영향이 장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영향력은 물적인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피해의 크기와 규모, 직접성만을 따지는 것은 그 지역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배제했을 때 가능한 '계산'이다. 윤진숙 장관은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인기 많아 좋겠네

윤진숙 장관은 자신이 구설수에 자주 오르는 것을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역시 윤진숙 장관이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신문과 TV에 보도될 정도의 구설수에 오르내린다면 (그것이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이 왜 입방아를 찧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윤진숙 장관은 그걸 진짜로 모른다. 그러니 '인기 때문이에용~' 이라는 어이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모른다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윤진숙 장관은 국민이 자신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태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음이 명백하다. 국민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이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자리를 꿰차고 앉았을 때 어떻게 될까? 우리의 윤진숙 장관이 아주 잘 보여주고 계시는 바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얼마 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리석은 국민론'을 들먹였다가 된통 당했다. 나는 현오석 부총리의 태도에서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를 지명한 대통령의 성향 역시 책임보다는 개인적 신념이 앞서는 듯해 국가 고위직 공무원들의 바닥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찍어주고 발라주고 그러지 않을까 염려했었다.


바로가기 - 현오석 부총리 "어리석은 국민론",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의 자화상


이번 여수 기름 유출 사태에 대한 윤진숙 장관의 언동을 보면서 나의 염려와 께름칙함이 일리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게다가 이 정도 상황이면 장관 불러다가 따끔하게 한마디 할 법도 한데 그러기는 커녕 뭐가 그리 바쁘신지 현장 한번 안내려가시고 안일하지 않은 태도, 사전 예방, 신속한 대처, 세심한 처리, 근본적인 대책 따위의 실재 없는 말만 늘어놓으시는 그 분이 국민을 생각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인지 UN사무총장인지 모르겠다. 


채근담(菜根譚)"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관복을 입은 도적이다(居官 不愛子民 爲衣冠盜)"라는 말이 있다. 사랑은 커녕 백성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은 저 높으신 분들. 이 갑갑함이 참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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