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선행학습급지법, 사교육 시장을 비켜간 반의 반쪽짜리 정책

김성열 2014. 2. 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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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내세운 공약 중에 하나인 선행학습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선행학습금지법은 학교가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 이외의 것을 시험문제로 출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여기에 더해서 또 학원이나 개인과외 교습자 같은 사교육 기관이 선행교육을 광고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선행학습금지법의 목적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팽창으로 인한 서민의 가계 경제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쉽게 말해 현재 일선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학습방법, 교육방법을 규제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의 팽창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방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학습의 문제

선행학습의 문제는 이렇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 배운 내용을 넘어선 문제가 나온다. 학생은 선행학습이 필요하며 그 필요에 따라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간다. 사교육 시장에서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범위로 한 시험으로는 학생들의 학습능력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학교는 일부 문제를 시험범위 밖에서 뽑는다. 그래서 다시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가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 순환은 끝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선행학습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 국가교육과정에 앞선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않도록 하고 학교시험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이 없도록 하는 것은 공교육 차원에서 일리가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규제만으로 선행학습의 순환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다.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의 이유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 정확하게 말하면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이유"는 시험에 배우지 않는 범위가 나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의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학습능력을 갖게 하기 위해, 다른 아이보다 뒤쳐질까봐 두렵고 불안해서 "시키는" 것이 선행학습이다. 이러한 선행학습의 속성을 알게되면 학부모의 욕망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학습을 없애는 기본 틀이라는 해법이 나온다.


하지만 학부모의 욕망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것, 입시제도 자체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통해 공교육의 정상화를 꾀하려면 선행학습의 고리에 걸려 있는 학생, 사교육기관, 학교 모두가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확하게 하자면 학생은 사교육기관과 학교의 서비스 수혜자이므로 사교육기관과 학교가 규제의 대상이어야 한다.


엑기스가 빠졌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서는 사교육기관의 선행학습을 규제하지 않았다. 다만 선행학습을 광고하는 것을 규제할 뿐이다. 어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지는 굳이 광고를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원래 사교육 기관들의 주서비스가 선행학습이라는 것은 이미 세상이 아는 일인데 광고의 규제가 무슨 영향을 주겠는가. 자녀의 학습력 증대에 대한 학부모의 욕망이 여전하고 경쟁에 대한 불안함이 존재하며 그것을 해소해줄 사교육기관이 있다면 선행학습이 사라질 리가 없다.


현재 교육시스템의 문제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 공교육의 비정상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막는 방법을 마련해야지 사교육 시장의 영향을 받는 공교육에 대해 규제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선행학습금지법의 규제 대상을 사교육 시장까지 적용해야 그나마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법안은 핵심을 비켜간 반의 반쪽짜리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선행학습금지법의 어설픔

이번 선행학습금지법은 무척 불완전하다. 일단 잘못되어 있는 시스템의 개선과는 거리가 먼 규제책 일색이며 그나마 규제의 범위와 대상의 일관성도 부족하다. 변기의 물이 시원스럽게 내려가지 않는다면 원인을 찾아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소변만 봐야 한다면서 큰 일 보는 사람들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남자는 큰 일을 봐도 단속을 하지 않겠단다. 다만 남자는 화장실 들어갈 때 "큰 일 보러 가요~"라고만 안하면 된단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는가?


규제가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보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규제마저도 불완전할 때는 생각을 다시 하는게 낫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하는 것이나 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라면 굳이 힘들여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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