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삶과 사람

가까운 사이가 되길 원한다면 합리성은 잠시 잊어라

김성열 2013. 11. 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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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

합리성은 일반적으로 논리(論理, logic) 또는 이성(理性, reason)의 적합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나, 사회과학에서는 어떤 행위가 궁극적 목표달성의 최적 수단이 되느냐의 여부를 가리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합리성 [rationality] (사회복지학사전, 2009.8.15, Blue Fish)


이성과 감정

위의 개념처럼이나 합리성 또는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인다. 특히 효율이 관건인 경우에 얼마나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냐는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나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합리성은 곧 미덕이기도 하며, 개인의 능력을 재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비단 물질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합리성을 찾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합리성을 따지는 일은 참 서글픈 일이다. 왜냐하면 합리성은 논리와 이성을 앞세운 '감정 배제'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합리성이 어떤 측면에서는 미덕이기는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는 기본적으로 감정이 우선이다. 친구 사이나 연인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또는 부부 사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밀접한 사이에서 이성과 논리는 다투거나 할 때 '잠시' 필요한 것일 뿐, 서로의 감정을 교환하는 교감이 우선이다. 교감의 정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정도를 말하지 합리성의 정도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말하진 않는다.


인간적인 vs 비인간적인

게다가 사람이 하는 일에 감정 배제가 우선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람들의 태반이 판검사는 아니잖는가?) 합리성이 우선이더라도 감정을 같이 챙겨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과 사람이 엮인 일들은 합리성을 얼마간 포기하고 감정을 챙겨야 제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합리성이 우선되는 선택이라도 감정에 대한 배려를 같이 한다면 선택은 더욱 '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합리성만을 생각하다간 '비인간적'이라는 평을 듣기 쉽상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자본주의는 갖는냐 갖지 못하느냐에 대해 관심이 있지 그 당사자들의 감정 -특히 갖지 못한 사람의 감정- 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합리성으로 쏠린 결과 비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관념에 지나지 않는 시스템도 이러한 평가를 듣는 판국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합리성만 따진다면 좋은 얘기 들을 리 없다.


가까울수록 감정을 챙겨야

나와 가까운 사람이거나, 가깝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성이나 논리 따위는 되도록 접어두는게 낫다. 부모와 친해지고 싶다면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논리나 이성을 너무 찾지 말아야 한다. 직장에서 상사나 선배와 가까와지고 싶다면 그 사람의 감정을 챙겨야 한다. 친구와 속깊은 우정을 나누고 싶다면 서로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어떤 이성을 연인이나 배우자로 삼고 싶다면 서로의 감정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은 그 자체가 훌륭하지만 사람 사이에서 요긴하게 쓸 일은 아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옳은 것은 지켜 세워주고 그른 것은 감싸주는, '다분히' 감정에 치우친 행동이 더 중요하다. 가까운 사이에 돈거래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은 다른 뜻이 아니다. 감정으로 맺은 사이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들을 집어넣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사이가 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풍부하게 나눈 사이는 삶의 안식처와 다름 없다.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누군가와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면 합리성은 잠시 잊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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