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삶과 사람

시험은 끝이 났다. 이제 행복 공부를 시작할 때다.

김성열 2013. 11. 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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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공정할까?

나는 기성 세대의 한사람으로 지금 학생 신분이거나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후배 세대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각자의 특징이나 자질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줄세우기식 교육 시스템을 내 다음 세대들에게 그냥 그대로 넘겨준 것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나의 이런 생각에 대해 어떤 이는 그게 왜 미안한 일이냐고, 자신은 그런 미안함은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모두 같은 조건이고 자기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는 공정하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시스템에 맞는 자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농구나 축구를 줄세우는 방법으로 선택하면 뭐라고 할까? "그건 운동 잘 하는 애들한테만 유리하잖아?"라고 할 것이다. 지금 시스템이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만 유리"한 것과 뭐가 다른지 난 모르겠다.


누가 열심히 안한다든?

"평소에 열심히 하지, 열심히 안하고 나서 왜 지금 울어?" 위의 사진을 같이 보던 주변의 어떤 이가 이렇게 얘기했다. 사진만 보고 저 학생이 열심히 했는지 안했는지를 어떻게 알까? 아마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우는 것이고,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열심히 안해서이다"라는 아주 저차원의 추론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해도 성적이 기대만큼 안나오는 사람도 분명 있다. 이것이 바로 자질의 차이인 것이다. 우리가 기계인가? 똑같은 정도로 열심히 하면 똑같은 성적이 나오는가? 열심히 안하고 왜 우냐고 하는 사람은 시스템에 적절하게 잘 들어맞는 "기계"였을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눈물을 이해할리 만무하니 그냥 넘어가자.


결과의 공정함은 기본

개인의 특징이나 자질 따위는 무시하고 오로지 학습능력만으로 줄을 세운다면, 머리보다 몸 쓰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불리하다. 문제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머리 쓰는 것 이외의 것을 고려한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서 머리 쓰는 것이 약한 사람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 해 대학교 입학률이 80%를 넘는다는 사실이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미안함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니 다른 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그다지 공정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공정함은 단순히 결과의 공정함만으로 이야기 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원하는, 내 자질에 맞는 시스템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결과의 공정함이 제대로 값을 한다. 선택지도 없이 한 곳에 몰아 넣어두고는 공정하다는게 맞는 말인가? 결과의 공정함이 전부가 아니다. 제발 공정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말자.


성적순으로 행복하지 않는 방법

수능 이외의 다른 선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생각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해 실망한 어린 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반면에 괜찮다고도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성적순이란 말이 현실 아니냐고들 한다. 성적을 행복의 기준으로 둔다면 그 말이 맞다. 그렇다면 행복의 기준을 성적에 두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성적으로 결정되는 권력, 자본, 계급 따위의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남들의 틀에 얹혀서 사는 것은 나의 인생을 내가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정한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돈이 좀 없거나 권력이 약하거나 계급이 낮거나 하는 것은 그저 좀 불편한 것일 뿐이다. 편한 것과 행복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좀 불편하면 어떤가? 행복한 것이 더 낫지 않나? 불편한데 어떻게 행복하냐고? 그래서 편한 것과 행복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짜장면은 서서 먹거나 앉아서 먹거나 상관 없이 맛있다. 자세가 좀 불편하다고 음식맛이 달아나진 않는다. 솔직히 말해보자.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편하게 앉아서 짜장면 먹는 사람들이 서서 짜장면을 먹고 있는 나를 같잖게 보거나 없이 볼까봐 겁나는거 아닌가? 영 신경 쓰이면 어쩔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려주고 싶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행복을 포기한 사람이다.


이제 자신의 행복을 공부할 시간

65만명의 수험생들, 등 떠밀려서 여기까지 왔겠지만, 어쨌든 시험은 끝이 났다. 하지만 다 끝난게 아니다. '시험만' 끝이 난거다. 이제 입학할 학교와 배울 것을 선택할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각자의 행복의 기준을 마련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내가 몇 년간 배울 것에 대해서는 나의 행복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취업이 잘되고, 공무원 시험에 도움을 주고 하는 따위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즐겁고 행복한 것을 기준으로 학과를 선택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행복은 좋은 학교, 좋은 학과가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굴러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일구려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시험은 끝났다. 이제부터 자신의 행복을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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