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결국 한편이었던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그리고 아베 정부

김성열 2019. 7. 1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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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실질적인 분쟁 관계에 접어들었다. 경제, 외교, 국제정세 같은 단어들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칼을 빼든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앙금까지 더해져 감정싸움의 양상까지 보인다. 싸움이라는 것이 거의 가 그렇듯이 이기더라도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국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걸어온 싸움이라 어쩔 도리도 없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가끔은 이런 싸움을 통해서 얻는 것도 있다. 내 편, 네 편이 구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우리 편인 듯이 굴다가도 실제 싸움이 일어나면 슬그머니, 혹은 노골적으로 상대의 편에 가서 서는 세력들은 항상 존재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그런 세력들이 눈에 보인다. 이번 아베 정부의 억지스러운 도발을 통해 혹시나 했던 추정이 확신이 되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일본 아베 정부의 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가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크게 어f렵지 않다. 특히 싸움 중에는 명확하게 보인다.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그냥 중립을 지킨다면 약간은 섭섭할 수 있지만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편에게 이로운 짓을 하거나 상대편의 의견을 두둔하거나, 오히려 나를 공격한다면 내 편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나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하는 짓이 딱 그렇다. 그들이 하는 소리는 일본 아베 정부가 하는 소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1. 한반도의 평화가 싫다

얼마 전 미국 트럼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그 이벤트는 앞으로 북미 협상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기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는 이만큼 반갑고 가슴 설레는 일이 없다. 곡절의 한반도 역사를 알고 있으며, 그 구부러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렇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그 의미를 깎아내리기 바쁘고 북한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더욱 부풀리는 발언에 열심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미국과 북한, 한국과 북한 관계가 잘 풀리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들은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정치질과 언론질을 해온 지 수십 년이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자꾸 쏴주고 핵폭탄을 자꾸 만들지 않으면 그들은 세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없애기 위한 일련의 행위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난센스를 발휘하는 데는 그런 사연이 있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북한 문제가 잘 풀리는 게 싫은 것이다.


아베 정부의 처지도 같다. 동아시아의 균형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들이 말하는 정상국가, 다시 말해 예전과 같은 '전쟁 가능한 군국주의 국가'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위협이 필요하다. 아베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상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한반도 평화 기류가 아베 정부가 바라는 정치적 활동 배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수출 규제의 핑계로 북한의 사린 가스 제조 위험 같은 얘기를 지껄이는 것도 북한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계속 상정하기 위한 방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아베 정부도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와 같이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생기는 것이 죽도록 싫은 것이다.



2.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 싫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은 이웃나라이면서 우방이긴 하지만 국제 정세 안에서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경쟁자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동아시아 지역의 선도 국가, 맹주 국가를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니만큼 일본은 대한민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 여기에 민족주의적인 자존심과 역사적 신념까지 얽혀 있다. 대한민국에 밀려버리면 전범국가의 과오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자신들이 아무리 아닌 척을 해도 잘 나가는 대한민국이 외치면 그 소리는 클 수밖에 없다.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 같은 사안을 두고 벌이는 다툼은 어디까지나 자존심과 신념에 관한 문제다. 그런 것들에서 무릎 꿇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베 정부는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도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 싫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잘 될수록 자신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 일본과 마찬가지 처지인 것이다. 다만, 일본과는 달리 그들은 대한민국에 속해있다. 우리나라가 잘 나간다고 일본이 얻는 것은 없지만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분명 국가 발전의 수혜를 입는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이 잘 될까 봐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지가 좁아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어야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확률이 커지고, 국가를 비판하는 언론으로서 영향력이 강해진다는 단편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나라가 잘 되질 않길 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민중들이 피해를 입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와 똑같다. 아베 정부가 우리나라 민중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일본은 자국의 국민과 국가적 위상과 입지를 생각하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도 일본과 같은 태도다.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지만을 생각하지 민중들의 삶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 걱정을 했다면 억지 헐뜯기와 근거 없는 비난, 가짜 뉴스 퍼뜨리기보다는 올바른 정책 수립과 발전적 비판에 힘을 쏟았을 것이다. 억지 헐뜯기, 근거 없는 비난, 가짜 뉴스 퍼뜨리기는 지금 일본 아베 정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는 짓이 똑같은 셋을 같은 족속이라고 보지 않을 수가 있을까?


3. 문재인이 잘 되는 것이 싫다

정치든 언론이든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 섞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아베 정부는 감정을 섞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 현 정부에 대해,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갖는 질투와 시기심은 하늘을 찌른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질투나 시기심을 느끼면 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그 사람이 한 일을 폄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 스스로가 비루하고 구차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조선일보는 그런 절제 따윈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조건 깎아내리고 그의 업적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때로는 성과를 과오로 뒤집어버린다. 특별한 근거나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기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은 그냥 질투와 시기심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베 정부는 그나마 한 국가를 이끄는 집단이라는 체면이 있어서인지 이웃 국가 대통령에 대해 감정을 쏟아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인내력에 바닥이 났는지 한이 맺혔는지 이번 수출 규제를 전후해서 질투와 시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버렸다. G20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깨버렸고 남북미 판문점 회담이 끝나자마자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그런 결정에는 합당한 이유도 없었다. 이유가 없다는 것은 합리성이나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고 그 빈 곳은 당연히 감정이 채우기 마련이다. 아베 수상은 G20을 통해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자신의 정치력을 다지려고 했는데 세계의 이목은 남북미의 만남에 쏠려 있었다. 여기에 강제 징용 판결로 인해 국제 정치에서 체면도 구겼다. 예전 아베를 팍팍 밀어주던 이명박, 박근혜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의 뒷덜미를 잡는 것도 모자라 자빠뜨리는 지경이니 얄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 되는 것이 싫은 것으로 치자면 아베 정부도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4. 일본이 상처 받는 것이 싫다

누구도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든 집단이든 마찬가지다. 그게 정상이다. 아베 정부는 당연히 일본이 상처 받는 게 싫을 것이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자연스러운 태도다. 그런데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도 일본이 상처 받는 것을 싫어한다. 아베 정부가 수출 규제를 하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는 너무 당연하게도 일본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왜 이런 꼴을 당하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길을 가다 뜬금없이 한 대 맞았는데 때린 놈한테는 아무 소리도 않고 맞은 사람한테 왜 맞을 짓을 하냐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국민들 차원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일본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소리까지 해댔다. 맞았지만 때린 놈에게 눈 부라리거나 성질 내지 말라는 얘기다. 자기 나라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일본이 마음 상하는 것이 싫으니까 그러는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리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에는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뒤집은 것에 대해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난리 치는 의원들이 있는가하면,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50여 년 전 국가 간의 배상으로 혜택을 본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서서 강제 징용당한 분들께 보상하자는 얘기를 하는 의원도 있다. 왜 전범 기업들의 강제 징용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이 배상을 해줘야 하느냐는 기본적인 질문에 버벅거리며 대답도 못하면서까지 일본 걱정을 해주는 것이다. 이번 수출 규제든 과거의 강제 징용이든 일본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자유한국당에서 찾기는 힘들다. 일본이 상처 받을까 봐 감싸주느라 바쁜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조선일보가 일본 편을 든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들은 마치 DNA 각인이라도 되어 있다는 듯 100여 년 전부터 일본 편을 들어왔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정부 탓을 하는 논조의 기사를 썼다. 심지어 그런 기사들을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에 일본어로 번역해서 보여주고 한국 사람들이 단 댓글까지도 일본어로 번역해 놓는 친절까지 베푼다. 조선일보의 기사에 어떤 식의 댓글이 달렸을지는 뻔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이런 댓글들을 일본어로 바꾸어 보여주는 이유는 별 게 아니다. 일본이 상처받을까봐서 그런 것이다.


5. 정권 교체의 꿈

셋은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꾸는 꿈도 같다. 한반도의 평화도 싫고, 대한민국이 잘 되는 꼴도 보기 싫고,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싫고, 일본이 상처 받는 것도 싫은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와 아베 정부의 꿈은 대한민국의 정권 교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정권을 갖길 바라고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자들이 정권을 갖길 바란다. 아베 정부도 비슷한 기조다. 일본 출신인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베 정부가 한국 경제를 망가뜨리면 정권 교체가 될 것이라는 전략에 따라 한국 정부를 무시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권이 자기들 입맛에 맞게 바뀌어야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한반도는 핵 위협에 긴장 모드를 이어나가야 하고, 대한민국은 망해야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무능력해야 하는 것이다.


제삼자인 아베 정권이 그렇게 바라는 것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질문은 되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들은 대한민국의 편이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해 일본 정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결국 일본 아베 정부의 편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나라에 충성하거나 그 나라 편을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나라에 충성하지 않았다고, 나라 편을 들지 않았다고, 옆 나라를 좋아한다고 잡아가진 않는다. 하지만 억지와 거짓말을 해가면서 나라를 깎아내리거나 자기 나라의 이익보다 남의 나라 손실을 걱정하는 행동은 이해해주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같은 기회주의자들의 입에 침도 안바른 나라 걱정은 바라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다. 그 정도면 일본 편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겠으니 이제 좀 그만 설쳤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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