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40대 남자

40대의 연혁 (1) - 유신과 10.26

김성열 2017. 6. 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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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연혁 (1)


지금의 40대들이 태어난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하던 제3공화국(1962~1972년), 제4공화국(1972~1981년)에 걸쳐 있다. 40대 후반이라면 제3공화국 시절에 태어나 현재의 제6공화국까지 경험한 셈이다. 40대 초중반은 제3공화국을 거치진 못했지만 40대 후반과 마찬가지로 박정희 대통령부터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까지 8명의 대통령을 경험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을 치른 2017년 지금, 9명째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다.


40대의 유년 시절은 유신 체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40대 후반은 제3공화국 시절에 태어나 유신 체제로 불린 제4공화국 때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말에 국민학교 고학년이었던 40대 후반은 반공, 새마을운동, 장발단속, 국민교육헌장, 통금 따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작고한 가수 신해철은 그의 노래 '가버린 70년대에 바침'에서 1970년대를 이렇게 표현한다.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가위를 든 경찰들 / 지금 와선 이상하다 해도 그땐 모든 게 그랬지" 비록 한 시절을 살아가긴 했지만 대부분의 40대는 그 때가 독재 시절이었는지를 나중에야 알았을 것이다. 사회나 정치에 대해 관심을 둘 나이도 아니었고, 비록 어른이라고 해도 독재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도 못하던 시절이기도 했으니까.


10년 가까운 터울 때문에 40대 후반의 어릴 적 기억은 40대 후반 이하의 사람에게는 낯선 얘기기도 하다. 40대 초반인 1976년, 1977년생이라면 1980년에 고작 네댓 살이었으니 40대 후반과는 기억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많은 40대에게 공통적인 기억 하나를 꼽자면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 사건인 일명 '10.26 사건'을 들 수 있다. 10.26 사건은 20년 가까이 독재를 한 대통령이 자신의 수하에게 총격을 당해 죽은 사건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근대에 들어 현직 국가 원수가 부하에게 살해된 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유래 없던 장기 독재 체제의 종말이면서 '그'가 없는 1980년대를 시작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작가 유시민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유시민 작가는 10.26 사건 당시에 서울대학교 재학 중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시민 작가가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쳤는데 아무도 잡으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유시민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당시는 '샤우트 3분에 징역 3년을 정찰제로 때리던',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헌법적인 시절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죽음으로 그 냉혹하던 체제가 멈춰버린 것이다. 기억을 못하는 이도 간혹 있겠지만 (40대 초반인 아내는 TV에 나오던 박정희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을 기억한다지만 두 살 위인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40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획을 그은 때를 함께 살았던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나서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해 12월에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최규하가 대통령으로 선출 되었다. 하지만 최규하 정부는 불과 8개월 정도 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1979년 12월 21일에 최규하가 대통령에 취임을 했지만 이미 12월 12일에 전두환 소장이 군사반란(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실권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980년 5월 17일 군사반란 세력은 대통령을 겁박해 전국에 계엄령을 내리고 완전하게 정권을 장악하고야 만다. 그리고 그 군사반란 세력의 우두머리인 전두환 소장은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군인 출신 독재자가 사망하자 다른 군인이 정권을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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