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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방법

김성열 2015. 8. 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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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묵은지 냄새가 날 정도로 오래된 말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가 이 말의 기원이라고 하니 3000년 정도 된 묵은지다. 격언이나 속담계에서는 스테디셀러쯤 될 성 싶다. 아포리즘도 유행을 타는지 예전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진 않는다. 요즘에는 좀 더 직관적이고 재치있는 문장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추세다. 'Just do it'이나 'Impossible is nothing'처럼 말이다. 하지만 스테디셀러를 지키고 있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리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 묵은지 같은 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미가 꽤 깊다. 그냥 봐서야 '열심히 노력해라' 정도의 밋밋한 뜻에 머물지만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어떻게 돕는지 알고 나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돕는 자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하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달아날 수도 있고 헤쳐나갈 수도 있다. 달아나면 고생은 안한다. 헤쳐나가려면 몸고생 마음고생이 따른다. 대부분 사람들은 고생 대신 익숙함과 관성을 택한다. 미래의 성취를 포기하고 달아나면 몸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금연,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따위가 오래 가지 않는 이유다. 그냥 포기하고 익숙함을 선택하면 편한 법이다. 


낯섦과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마음가짐을 긴 시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다. '스스로 돕는 자'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오랜 시간 낯섦과 불편을 감수하도록 자신을 스스로 독려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스스로 돕는 일은 일시적, 맹목적인 노력이나 성실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독려한 결과로 나타나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태도와 행동이다.


하늘...이시여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주체가 하늘이다. 돕는다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동적인 행위자처럼 표현되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경구에서 하늘을 그런 존재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여기서는 단지 의인화되었을 뿐이다. 하늘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다. 때로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돕는 행동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하늘을 환경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돕는 행동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어떤 업무를 지시받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갈피도 잡을 수 없고 앞이 캄캄하다. 당장이라도 가방 싸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이 때 스스로 돕는 자는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도전한다. 막막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지만 웅크리고 앉아서 갖은 애를 써본다. 


그 모습을 본 선배 직원 몇몇이 넌지시 도움의 손길을 건낸다. 업무와 관련한 자료를 찾는 법도 알려주고, 업무 처리 절차도 알려준다. 갖고 있는 자료를 공유하고 비슷한 경험담도 들려준다. 싸구려 동정심이 아니다. 뭔가 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해서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다. 과분한 업무를 맡았다고 오만상 인상 쓰고 앉아서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에게는 그런 도움의 손길이 가지 않는다. 스스로 돕는 자는 그렇게 환경을 자극할 수 있고, 환경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다.


공자님 말씀

논어에 불분불계 불비불발(不憤不啓 不不發)이라는 말이 있다. 분발하는 마음이 없으면 깨우쳐 줄 수 없고, 표현하려 애쓰지 않으면 일깨워줄 수 없다는 뜻이다. 배울 마음이 없는 사람, 스스로 답답해 하지 않는 사람을 굳이 가르치려 드는 경우는 없다. 가르침을 주고 가르침을 받는 것도 관계의 한 모습이다. 관계의 마음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다.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동하려면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은 오지 않는다. 세상 매정하다고, 모두가 이기적이라고 꿍얼거리고 앉아 있는다면 그저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 탓, 세상 탓이야 말로 패배자들의 전유물 아닌가. 스스로를 돕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스스로 돕는 모습이 주변에 감흥을 일으키고 그것이 좋은 영향으로 다시 되돌아 온다. 하늘은 그렇게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모든 성취의 시작은 항상 나로부터다.

sungyoul.kim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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