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생각을 주는 말과 글

왜 정치판에만 가면 사람이 바뀔까?

김성열 2014. 5. 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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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괜찮던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달라지는가 여러분들 궁금하게 생각하시죠?

궁금하게 생각할 거 하나도 없어요. 애초부터 그런 분들이 들어가요.

- 강준만 교수 ('좌우 통합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급소' 강연 中)


사람들은 '정치판은 더럽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괜찮게 보였던 사람(아나운서, 언론인, 배우, 가수, 기업가, 공무원, 스포츠 스타 등등등)도 정치판으로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변해버리는 꼴을 많이 본다. 그러니 '정치판의 더러움'은 들어온 사람마저 오염시킬 정도라 봐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코 앞인데 역시나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별로 좋지 않은 일을 치르고 있는터라 예전보다는 조용한 편이긴 하지만 물밑 격돌은 이전과 다를 바 없고, 경쟁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 루머 살포 따위의 네거티브 전술도 여전하다. 그 온화하고 점잖던 분들이 경쟁 상대를 두고서는 시정잡배가 강짜 부리듯 한다. 미개하게시리 말이다.



역시 정치판이라는 곳은 사람을 바꿔버리는 것일까? 사람이 바뀐다면 그 이유는 뭘까? 정치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궁금증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정치판이 사람을 바꾸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강준만 교수정치판이 그런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사람들이 정치판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권력을 두고 이전투구 하는 것을 전혀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 사람이 모인 곳이 정치판이며, 그런 사람들이 대량으로 모여 있으니 너저분해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막스베버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막스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권력과 폭력적 강제력을 수단으로 하는 정치에 뛰어드는 자는 악마적 세력과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을 위해 악마적 세력과 서슴없이 계약을 맺을 정도의 (무서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정치판을 꽃이 흐드러지고 나비가 날개짓하는 낙원으로 여길 수 없으며 그렇게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다보니 순수한 신념(책임윤리든 신념윤리든)을 지니고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들은 원치 않는 진흙탕 싸움에서 별다른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옷만 버린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바라고 있다가 뒷통수를 맞고 나뒹굴기 일쑤인 데다 정공법을 벗어난 악랄한(상대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인신공격에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다. 


정치판의 속성을 깨달을 즈음에는 이 바닥에서의 삶을 포기하거나 악마적 세력과 손을 잡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 때 악마적 세력과 손을 잡는 사람은 정치판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의 안에 악마의 세력과 손잡을 정도의 각오와 강단을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온화롭고 점잖아 보인 이유는 정치판이 아닌 곳에서는 악마와 손을 잡아야 할 이유가 없었을 따름이다.



대중은 정치판이 이전투구의 장이 되기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논의의 장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강준만 교수나 막스베버의 통찰로 바라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권력은 그것을 획득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열띤 투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승리의 전리품이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속성을 받아들여 권력 투쟁의 각오로 단단히 무장한 사람들이 모이는 그 곳이 평화로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동물'이라는 인간에 대한 평가가 옳다면 평화가 넘치고 합리성이 가득한 논의의 장으로서 정치판이라는 것은 (정치가 사라지면 모를까) 영원히 이룰 수 없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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