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직급이 높을수록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

김성열 2014. 5. 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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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自信感)'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이다. 자신감은 두려움에 대한 방패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내딛는 걸음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진취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자신감은 객관적이지 않은, 철저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남이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기 때문에 보편적이거나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서는 넘치는 자신감을 경계해야 할 때도 있다.  


자신감이 폭주하면 시야와 판단력이 흐려지는 '주화입마' 상태로 가기 쉽다. 모든 상황이 자신이 바라는대로 갈 것 같고 자신이 원한 결과가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이 최선이고 절대적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세상일은 어떤 이의 자신감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자신감에서 기인한 적극적인 태도는 일의 진행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단지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은 어떤 영향력도 주지 못한다.



게다가 명백한 실패 후에도 과도한 자신감으로 흐려졌던 시야와 판단력은 복구되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이 하려 했던 대로 100%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회사의 지원 부족, 협업한 사람들의 무능력 따위를 그 이유로 삼는 것이다. 자신이 가졌던 자신감은 완벽했는데 주위에서 그 자신감을 받쳐주지 못해 일을 그르쳤다는 핑계를 대면서 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이런 모습은 누가봐도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직장에서는 직급이 높을수록 자신감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직원들에 비해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쉽게 말해 직급이 높을수록 결정의 재량이 크며 이는 곧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더불어 직급이 높을수록 결정하는 사안이 대내외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 그러니 주관적인 감정인 자신감에만 의존해 일을 추진하는 것이 때론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직급이 높을수록 그만큼 책임을 더 많이 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에 큰 이익이 될 계약건을 자신감 하나로 밀어부치다가 따내지 못했을 때 담당했던 부장이나 이사가 개인적으로 질 수 있는 책임에는 어떤 것이 있겠는가? 일을 그르친 댓가로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수도 있고 인사 차원의 징계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패널티일 뿐이지 회사가 잃은 것과 실질적인 관계는 없다. 이처럼 명목상의 책임과 실질적으로 잃게 되는 효용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책임을 진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의 폭주'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직급이 높고 책임이 크다고 해서 자신감을 멀리하고 모든 일을 소심하게 안정 위주로 하자는 말이 아니다. 책임이 큰 직급에 있을수록 자신감에 자아 도취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장이 나서서, 이사가 나서서 "난 자신 있어. 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와."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진 않다. 하지만 자리의 높이만큼 책임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자신감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감이 결여된 상사를 원하는 직원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본인의 자신감에만 의존하는 상사를 원하는 직원도 없다. 오히려 직원들은 본인의 자신감에 도취해서 직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상사보다 직원들의 자신감을 고취하려 애쓰는 상사를 원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신의 자신감보다 직원들의 자신감을 믿어야 한다. 그것이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대하는 현명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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