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왜 회사는 변화하기 어려울까? (1) - 시스템의 관성

김성열 2014. 5. 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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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특히 부조리하다고 느끼거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때 "왜 이럴까?" 하는 궁금함을 넘어 회의와 실망을 느낀다. 사람이 만든 그 어떤 조직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매번 같은 종류의 부조리, 비효율, 불합리, 비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릴 수 밖에 없다. 개선, 혁신을 외치면서도 결국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 왜 쉽게 변하지 못하는 것일까?


New 시스템 vs Old 시스템

회사는 지속적인 부조리나 비효율, 불합리 따위에 대한 해결책으로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이나 기존 시스템의 개선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라는 조직의 움직임의 대부분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이러한 이러한 생각은 당연한 듯 여겨지며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를 해결 못하거나 새로운 문제는 낳는 경우도 심심찮다.


게다가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이 이전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을 보장한다거나 그 시스템만의 강력한 장점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의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도입된(개선되거나 새로운) 시스템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서의 역할이 크다보니 효율은 이전과 별다를 바가 없는 경우가 많고 시스템만의 고유한 장점도 찾기 어렵다.


그런 경우 직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새로운 시스템이 더 나은 효율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비용을 치르는 대신 기존처럼 문제를 떠안고 가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스템으로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수준이 비슷하다면 익숙한 것에 대해 비용을 치르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은 일시적인 비용임에 틀림 없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안고 가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적어도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그러나 이미 전 우주에 알려진 것처럼 사람은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차피 문제가 있다면 기존의 익숙한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속편하게 여기며 새로운 시스템의 문제점은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는 저항선의 구실이 되기도 한다.


시스템의 관성

정지한 물체를 움직일 때는 처음에 가장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정도 가속이 붙으면 처음 움직일 때보다는 힘이 덜 든다. 그러다 한창 신나게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정지를 시키려고 하면 정지한 물체를 움직이기 위한 만큼이나 큰 힘이 든다. 정지해 있든 움직이고 있든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이다. 시스템이라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 시스템을 시작할 때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그 시스템을 멈추려고 할 때나 그 시스템의 방향을 바꾸려고 할 때도 큰 힘이 든다. 시스템에도 관성이 있어서다. 



시스템의 관성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힘과 같다. 어떤 시스템에 익숙해 있다는 것만큼 새로운 시스템의 적용을 어렵게 하는 것은 없으며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사일수록 시스템의 관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회사라는 조직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간에 시스템에 의존하게 마련이며 기업의 성공을 시스템의 덕이라고 여기는 수도 많다. 반면에 시스템은 그 관성 덕분에 회사가 잘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회사는 시스템의 유연성에 대해서 항상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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