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같이 일하면 짜증나는 직장 동료의 종류

김성열 2014. 4. 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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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일이란 혼자서 하는 법이 없다. 그냥 보기에는 임직원 각자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이 퍼즐의 조각이고 그것들이 맞춰져서 큰 그림을 완성한다. 내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다보면 은근히 다른 사람을 짜증하게 하는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상사 눈치 보기도 벅찬데 동료 직원까지 짜증나게 굴 때에는 욕지기가 목 끝까지 차오른다. 그래도 '내가 참는다' 하면서 지나치고야 마는게 보통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1. 비관론자

일을 할 때마다 결과에 대해서 비관론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예전에 내가 해봤는데 안되고, 예전에 누가 하는 것을 봤는데 안되더라 하면서 사람들의 힘을 쭉 빼놓는다. 그런 비관론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마디 하려해도 혹시나 다툼으로 번져 분위기 흐릴까봐 아무말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한다. 때로 이런 비관론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해내거나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해결책까지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실패했을 경우에는 득의양양하게 굴기까지 하니 얄밉기 그지 없다.  


'비관론자'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존재론적 차원이나 철학적 차원의 비관론자를 만나는 경우는 잘 없다. 업무에서 비관론을 펼치는 사람은 그저 책임지기 싫은 것 뿐이다. 실제로 그 사람의 말처럼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경우 그 사람은 그 책임을 같이 지려하지 않는다. '거봐, 내가 안된다고 했잖아~' 하면서 발을 빼기 십상이다. 반대로 목표 달성에 성공했을 경우는 그저 운이 좋은 것으로 치부한다. 성공하나 실패하나 끝까지 주위 사람들의 기운을 빼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엄밀히 말해서 비관론자라기 보다는 그저 팀웍이나 공동의 목표 달성보다는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이기주의자에 불과하다.



2. 남 일에 관심 많은 오지라퍼

간혹 남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오지라퍼'가 등장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자신의 직무 분야도 아니면서, 업무 방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으면서, 딱히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 '접근 방법이 틀렸다' 따위의 아는 척을 해댄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고참이거나 역량을 검증 받은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그저 그런 사람이 아는 척을 해댈 때는 정말로 한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게다가 남을 평가하는 데도 능해서 '누구는 저 일에 안맞는 것 같다', '누구는 생각보다 일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따위의 말들을 여기저기 흘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함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월하냐 그렇지 않냐는 객관적 평가를 통해서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을 사람들 사이에 심어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선배로서, 경험자로서 도움이 될까하여 선의의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다. 선의의 조언자인지 프레임 메이커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사람의 일을 두고 조언을 한번 해보라. 콧방귀를 끼거나 빈정거리거나 비아냥거리거나 반대 의견을 강하게 쏘아 붙이고 앉았다면 그 사람의 조언은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한 오지랖의 날개일 뿐이다.


3. 엄살쟁이

남들과 비슷한 강도의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엄살을 떨어대는 사람도 은근히 짜증난다. '업무가 너무 많다', '혼자 다 하려니 힘들어 쓰러질 지경이다', '어려운 일은 나만 한다' 따위의 너스레를 떨어가며 일하는 티를 팍팍 내면 주변 사람들을 압박한다. 사실 그 사람이 담당한 업무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정말 힘든 것인지 너스레 떠는 것인지 헷갈린다. 물론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군말 없이 일했던 경험자 앞에서는 그런 말 함부로 못꺼낸다. 그랬다가는 능력만 하향 평가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너스레는 '나 어때?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지 않아?'라는 말과 같다. 사람들 눈에 띄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이왕이면 좋은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캐릭터라는 것은 생각처럼 가볍게, 단편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캐릭터라는 것은 이미지 하나 하나가 모이고 쌓여서 응축된 결과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관심을 끌려고 드는 사람이 바로 엄살쟁이다.



4.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

직장은 일하는 곳이다. 열심히든 즐겁게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직장인의 미덕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악덕이다. 회사에 대해서만 악덕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폐를 끼친다.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에는 여러가지 패턴이 있다. 담당한 업무를 제 때 하지 않고 '뭉게는' 사람, 업무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 긴장감 없이 내키는대로 일하는 사람 등이다.


담당한 업무를 뭉게는 사람은 결국 다른 이로 하여금 일을 떠맡게 하거나 전체 일정이나 과정에 악영향을 준다. 업무에 관심이 없는 사람(주로 업무 이외의 사적이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은 업무의 완성도가 낮고 동료들의 업무에도 무관심해 팀웍을 해친다. 긴장감 없이 되는대로 일하는 사람 역시 업무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공동의 목표 달성에 대한 사기를 꺾는다.


이런 사람들은 업무 역량이 낮거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며, 그저 하루 하루를 버티는 것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업무에서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묻어가려는 성향을 보인다. 교과서대로 하자면 동기부여를 통해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말이 동기부여지 이미 머리가 굵을대로 굵은 사람에게 자기변혁을 요구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교과서대로만 된다면야 스티브잡스 같은 기업가가 10만명 쯤은 나오지 않을까?)


5. 남 탓하는 사람

짜증과 어이없음과 분노를 동시에 일으키는 스타일이 바로 남 탓하는 사람이다. 일이 좀 잘못되거나 자신이 힐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되면 동료 탓을 일삼아 짜증이 넘어서 인간적인 분노를 일으킨다. 많고 많은 핑계거리와 변명거리를 두고 매일 눈을 마주쳐가며, 때로는 냄비 하나에 끓인 부대찌개를 나눠먹는, 한 솥밥 먹는 동료를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를 보고 있노라면 그 비열함에 치가 떨린다.


회사라는 곳은 직원 각자의 근로계약에 의해 우연히 모인 집단이긴 하다. 사람이 모인 집단은 단순히 사람들의 집합만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결합을 통해 지속된다. 회사 역시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직원 개인과 회사와의 계약 관계만으로 존속될 수는 없다. 임직원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그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남 탓을 하는 사람은 잠시의 곤란을 피하기 위해 그 유기적인 관계의 사슬을 끊으려 드는 이기주의의 끝판왕이다.



같이 일하면 짜증나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집단 내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팀웍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성공과, 자신의 안전과, 자신의 편안을 위해서 다른 이가 피해를 입어도 상관 없다는 이기주의에서 나온다. 이런 동료를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나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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