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상사가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

김성열 2014. 5. 14. 12:49
728x90


상사도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부하직원이 이뻐보이지는 않는다. 보기 싫은 직원도 있고, 감싸주기 싫은 직원도 있고, 쳐다보기도 싫은 직원이 있다. 다만 앉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부하직원들을 통해서 업적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중학교 2학년 학생처럼 밑도 끝도 없이 부하직원을 싫어하는 경우는 잘 없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감정의 문제다. 직장은 조직이고 조직은 감정에 의해 굴러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상사들이 부하직원을 싫어할 때는 나름대로의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바로 상사가 부하직원을 싫어하는 이유다.


1. 예의가 없다.

출근해서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의다. 미안한 일을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도 예의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면 대답을 흔쾌히 하는 것도 예의다.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말을 건네는 것도 예의다. 유교적 가치의 예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의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출근해서 마주쳐봐야 눈을 아래로 깔고 스쳐 가거나(심지어 먼저 인사를 했는데도!), 불러도 대답 없는 묵언 수행 중인 스님이 되거나, 물음에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하는 부하직원을 좋아하는 상사는 없다. 물론 그런 부하직원의 행동을 상사가 유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무시'로 일관하는 행동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상사의 불찰과는 관계 없이 유치한 짓이기 때문이다.


2. 열심히 안한다.

직장은 그냥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옹알종알 모인 곳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심지어는 맡은 일은 성실히 하겠다는 계약서까지 쓴다. 그런데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대충대충 일하는 시늉이나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꽁지가 빠져라 사무실 문을 제치고 나가는 직원을 좋아할 상사는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상사는 부하직원들을 통해 업적을 쌓아야 하는데 그 효율을 깎아 먹기 때문이다.


업무의 성과가 부진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일을 잘 못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 역량을 높이도록 돕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주고, 노하우를 공유하고, 과외 교육을 시키고 해서 어느정도의 역량 개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안하는 것은 답이 없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은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상사들은 충분히 알기 때문에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것이다.



3.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잔실수가 많은 것만큼 상사를 복창 터지게 하는 것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몇번이나 지적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가 자꾸 튀어나온다는 것은 업무를 대하는 긴장감이 낮다는 얘기다. 이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도의 문제다. 직장인이 직장에서 자신의 업무에 관심이 덜하다는 것은 다른 것에 관심을 그만큼 둔다는 것이다. 적어도 직장에서만큼은 자기의 업무에 집중하길 바라는 것은 상사의 당연한 바람일테니 그에 반하는 태도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더구나 몇번이나 지적한 실수가 자꾸 반복된다면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적을 귓등으로 듣고 콧등으로 내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내 말이 무시당했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타인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대해 상사이기 때문에 불쾌한 것이 아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무시할 때 부하직원이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그러니 사람이 싫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4. 딴짓을 많이 한다.

틈만 나면 커피 마시고, 틈만 나면 담배피러 나가고, 틈만 나면 카톡하고, 틈만 나면 인터넷 쇼핑몰 기웃거리고, 틈만 나면 사적인 전화통화 하고... 눈에 띄는 그 틈이 일하는 시간만큼 길진 않을테지만 어쨌든 상사의 눈에 그 틈이 들어왔을 때 반가울 리는 없다. 그러다 급히 호출을 했는데 자리를 비우고 있다거나 딴짓을 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때는 화가 나기까지 한다.


물론 그런 직원이 일은 참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잘 한다고, 역량이 우수하다고, 업무 성과가 좋다고 해서 그런 행동들마저 아리땁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관계 없는 이유는 이 역시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무 성과나 역량은 (어느정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태도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태도는 정성적으로 평가되며 결국 평가자의 감정에 작용한다. 좋은 업무 성과 덕분에 몇번은 봐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평가자의 아량이지 논리적 평가와는 별개다.



5. 뒷담화를 한다.

(글의 시작에서 말했듯이) 상사도 사람이다. 그래서 칭찬 듣는 것은 좋아하고 욕 먹는 것은 싫어한다. 인정 받는 것은 기꺼워하지만 비판 받는 것은 달갑지 않다. 더구나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담화 소재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은 직원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그러니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직원을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그 직원이 같은 부서나 팀에 속한 동료라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사도 나름의 고충과 아픔이 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부하 직원들에게 기대고 싶어하고 실제로 의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뒷담화를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 어떤 마음이 들지는 뻔하다. 상사가 신이 아닌 이상 (사실 신이라 하더라도 그 신이 상사라면) 뒷담화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해서 당연한 기분이 들 수만은 없다.


6. 불만만 가득하다.

직장 일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불평에 불만만 늘어놓는 직원도 상사에게는 버거운 상대다.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사람이 적극적일 리도 없을 뿐더러, 그러한 기운에 동조하는 직원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평불만주의자는 단순히 버거운 상대가 아니라 위기의 근원으로 상사에게 인식될 수 있다.


불평과 불만이 때로는 개선과 발전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며 사람이 하는 일도 덩달아 완벽하지 않다. 그런 것도 감안하지 않고 매사에 흠결을 잡아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효율을 중요시 하는 직장이라는 곳에서는 그렇게 달가운 일이 아니다. 사실 불평 불만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의도가 개선과 발전에 있는지, 아니면 적당한 핑계거리를 미리 만들어두기 위한 것인지 구분은 해야 한다.



7. 규칙을 위반한다.

규칙을 위반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직장인들이 위반할 규칙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기분 안내킨다고 점심 먹고 바로 퇴근할 수도 없고 월요일에 회사 안나오는 대신 일요일에 일하겠다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마 '지각' 정도가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규칙 위반일 것이다. 지각 한번 안하는 (비인간적인) 직장인은 별로 없다. 지각은 그렇게 가볍다면 가벼운 규칙 위반인데, 의외로 많은 상사들이 머리 아파하는 케이스 중에 하나가 바로 '지각을 밥먹듯 하는 직원'이다.


아무리 상습적이라지만 지각 정도를 두고 인사위원회를 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근로기준법대로 몰아칠 수도 없으니 상사들은 속이 탄다. 게다가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사람들은 몇 번을 지적해도 그 버릇을 못고친다. 상습적인 지각자들은 정시에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불평등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지각하는 사람 때문에 회의가 늦어지거나 일처리가 제 때 안되는 식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나의 행동과 태도가 같은 조직에 속한 동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어른이면 충분히 해야 하는 생각을 못해서 조직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사람을 조직의 효율에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상사가 좋아할리는 만무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감정의 문제다. 하지만 상사들은 될 수 있으면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감정 대신에 적당한 논리를 채워넣으려고 애쓴다. 효율을 따지는 조직에서 감정은 앞에 세울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사들 역시 사람인지라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 부하직원을 싫어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부하직원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싫은 부하직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싫은 상사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부하직원이 상사를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고 해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싫어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어줍잖은 대결의 논리를 내세우기 보다는 눈 뜨고 있는 시간 중에 대부분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끼리 싫어하지 않을 궁리를 하는 편이 더 낫다. 직장은 사람이 모인 곳이다. 이왕이면 서로를 좋은 모습으로 인식하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아무리 작은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더 낫듯이 말이다.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