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 이유

김성열 2014. 4. 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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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들이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 중에 하나가 '주인의식'이다. 직원들이 회사를 자신의 것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무궁한 영광과 발전을 위해 회사의 주인은 직원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길 바란다. 그런데 그게 바라는 것만큼 잘 안된다. 사무실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 없고 회사 업무용 차량은 지저분하기가 짝이 없으며 창가의 화분은 말라 죽어가는데 물 한번 길어 나르는 사람 없는게 보통이다.


쯤 되면 노골적으로 주인의식 없음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다. "자기 집 같았으면, 자기 차 같으면, 자기 화분 같으면 저렇게 뒀을리 없다"고 말이다. 답이 벌써 나왔다. 자기 집이 아니라서, 자기 차가 아니라서, 자기 화분이 아니라서 그렇게 두는 것이다.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타박할 일은 아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오너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반쪽짜리 주인의식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더라도 그것은 완전한 주인의식이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책임은 있으나 권리는 없는 반쪽자리 주인의식이기 때문이다. 직원도 자기의 위치에 준하는 (주로 실무에 한해서) 결정권을 갖는다. 하지만 결정할 사안의 크기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윗분들이 결정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구조다. 프로젝트의 수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인사 시스템을 정하는 것도, 협력사와의 MOU를 정하는 것도, 직원들 포상을 결정하는 것도 소위 말하는 윗분(들)인 '주인'이 하는 일이다. 이런 구조 안에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지니라고 하는 것은 일할 때만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주인의 책임

또,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질 때 피할 수 없는 부담이 생긴다.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단순히 일에 대한 성사 여부, 목표 달성 여부의 일차원적 책임이 아니라 회사의 존립과 존폐, 발전과 퇴보에 대한 책임까지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리는 없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이 그런 심적 부담을 쉽게 질 사람은 흔치 않다. 더구나 윗분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가 일반 직원들보다 책임을 많이 떠안기 때문인데 (그외에 윗분들이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이유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갑자기 윗분들 수준의 책임까지 안으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다. 


물론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고취하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직원들에게 윗분들과 동등한 수준의 결정권, 인사권, 발언권, 재산권(?)을 주면 된다. 직원들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면 그들이 하는 일이 곧 주인의 일이 된다. 주인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주인의 일이고 머슴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머슴의 일인 것은 당연하다.



강요하지마 No No No~

주인의식은 그냥 갖는다고 작정해서 자연스럽게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듯이 주인의식이 나를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위치가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철저히 구조화된 회사라는 곳에서는 말이다. 그러니 직원들에게 별다른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주인의식을 강요하지 마시라. 주인의 자리를 내놓을 생각 없이 주인의식 운운하는 것은 일 좀 마음에 들게 하라는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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