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부하직원의 말문을 막는 상사의 다섯가지 태도

김성열 2014. 6.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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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왜 상사인 내 앞에서 말을 잘 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로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상사들이 있다. 상황은 대략 이렇다. 사적인 대화 뿐만 아니라 업무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조차 그저 듣기만 하는 직원이 대부분이고, 애써 의견을 물어봐야 한두마디 할 뿐이다. 나이와 직급 차이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는게 아닌가 싶어 살갑게 굴기도 해보지만 그때만 잠깐 반응을 보일 뿐 여전히 필요한 대화(상사는 필요해서 부하직원과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조차도 잘 되지 않는다. 결국 나이를 먹고 사람 위에 서다 보면 그렇게 대접 받는 것임을 깨닫는다. 


과연 그 깨달음이 올바른 것일까? 아니다. 나이를 먹고도, 직급이 높아도 아래 직원들과 잘 소통하고 잘 어울리는 상사들은 많다. 부하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잘 놀고, 말 잘 통하는 상사들을 두고 자리값과 나이값을 못한다고 질책하는 것은 본인이 잘 못하는 것을 남이 잘 하는 것을 두고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얄팍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부하직원들과 대화가 잘 안되는 이유는 나이와 직급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앞에 앉아 있는 부하직원의 말문을 틀어막는 못된 태도 때문이다. 


부정적인 반응

부하직원의 의견에 대해 "그거 안될꺼야. 내가 해봤거든.", "그게 잘 될까? 뭘로 보장해?", "별로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 "절대 아냐. 당신 생각이 틀렸어" 같은 말을 잘 하는 상사들이 있다. 이런 상사들은 어디 가서 '돌려서 말하는 것 별로 안좋아하는 직설적인 성격'이라고 멋지게 자기소개를 하겠지만 부하직원 앞에서 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왜냐하면 말문을 틀어막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에 대한 상사의 부정적인 반응에 기분 좋아할 부하직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그 낯 뜨거움과 자괴감을 극복하면서까지 굳이 입을 열 이유가 없다. 시키는 대로 일하나, 내키는 대로 일하나 월급이 달라질 것도 아니고 점심을 두번 먹여주는 것도 아니다. 사실 부정적인 반응을 몇 번 당하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입을 열고 싶어도 잘 안된다. 상사의 부정적인 반응은 부하직원에게 상처를 주는 칼과 같다.



지독한 반박

부정적인 반응이 그냥 칼이라면 지독한 반박은 신문지에 싼 칼이다. 조폭 영화에 보면 나오는 신문지에 싸인 회칼 같은 것 말이다. 왜냐하면 반박은 자유로운 의견 게재, 열린 토론 따위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제로 하면서 누군가의 의견을 부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독한 반박을 구사하는 상사는 부하직원이 의견을 냈을 때 집요하게, 세밀한 것까지 따지고 든다. 그래서 결국에 부하직원 스스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자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반박을 일삼는 상사는 '단순히 의견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 이성적으로 열린 토론을 통해 의견이나 생각을 검토하고 분석해서 의견의 가용 여부를 구분한 것'이라는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겠지만 그냥 의견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사의 마음에 쏙 드는 아이디어나 의견이 나왔을 때는 반박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반박을 통해 부하직원의 입을 막는 상사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을 매우 우월하게 여기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런 상사들에게 (경험이 부족하고 능력마저 모자란) 부하직원의 의견이나 생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폐기처분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부정적이거나 권위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니 토론이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라는 '신문지' 곱게 싼 것 뿐이다. 상처라는 기억을 심어 말문을 틀어막는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반응과 다를게 별로 없다.


권위주의적 태도

직장인이 흔하게 겪는 상사의 태도 중에 하나다. "됐고,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상사 입장에서는 무척 간편한 의견 수렴(?) 방법이다. 말의 끝에 "왜 그렇게 말이 많어~" 한마디만 더 붙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구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말해봤자 상사의 권위로 찍어누르는데 누가 말하고 싶어하겠는가. 이러면서도 부하직원들이 생각이 없다면서 타박하는 상사들을 보면 기가 찰 뿐이다.



형식적인 반응

"어, 그래, 괜찮은 생각이야.", "좋은 아이디어야." 언뜻 보면 상사의 이런 긍정적인 반응은 발언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이 좋고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반응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발언자의 입장에서는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실현되어야 보람을 얻는다. 면전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해도 실제 실행되지 않는다면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상사의 이런 반응은 거짓이거나, 거짓이 아니라면 그저 형식적인 제스추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긍정적인 태도는 나쁠 것이 없지만 긍정을 형식으로만 쓴다면 그 긍정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사가 형식적인 반응을 습관처럼 지속한다면 부하직원은 쉽게 생각을 말할 수 없다. 앞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긍정적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부하직원의 의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매일 나를 보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오던 동료가 알고봤더니 내 이름도 모른다면? 그 인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제스추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상사는 부하직원의 의견과 생각에 대해 형식적인 반응이 아니라 관심으로 대해야 한다.


결자해지 요구

농담반 진담반으로 직장인들이 하는 말 중에 "말 꺼낸 사람이 한다"라는게 있다. 누가 들어도 썩 괜찮은 아이디어를 냈더니 "괜찮은 생각이네. 김대리 아이디어니까 김대리가 책임지고 추진해봐."라는 상사의 반응이 돌아오는 것이다. 김대리가 그 일에 대해 욕심이 있거나 원래 김대리가 맡은 분야의 업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게 회사일이다.


직장인에게는 각자가 맡은 업무, 즉 업무분장이라는 것이 있다. 욕심(야망?)이 있다고 해서 업무분장을 흐트려가며 담당자가 따로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무리다. 마케팅 아이디어를 냈다고 해서 회계담당자가 마케팅 기획안을 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안그런 것 같아도 직원들은 업무 분장에 민감하다. 그것이 회사 안에서 한 개인의 존재 영역을 설정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한 것이 상사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고, 따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묵힐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이 조직의 형식에 맞춰서 실현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굳이 아이디어를 묵히고 있을 직원은 많지 않다(그 아이디어를 들고 사업 한다거나 경쟁사에 취직할 바가 아니라면). 상사는 부하직원의 좋은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그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을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그 아이디어가 옳은지 그른지 증명하라는 말 밖에 안된다. "말 꺼낸 사람이 책임지라"는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그 말이 때로는 직원들의 입을 막을 수도 있다.



의견과 생각을 말이나 글로 드러내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의견에 대한 반응과 태도는 의견을 낸 그 사람에 대한 반응과 태도다. 의견을 묵살하거나, 부정하거나, 꼬치꼬치 따지고 들거나, 뭉게거나, 억누르거나, 건성으로 대하는 것은 그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그런 곤란함을 겪으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말이든 글이든 그것이 먹힐만한 사람, 들어줄 만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가장 속편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부하직원이 내 앞에서만 말이 없다면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의 입을 틀어막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직접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미 대화를 잃은 사이라면 대답을 듣기 힘들지도 모른다. 부하직원의 입을 막은 댓가는 그 정도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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