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회사가 어려우면 사장 월급부터 깎아라

김성열 2014. 6. 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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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어렵다"라는 말은 대부분 돈에 관한 얘기다. 쓸만한 사람이 없다거나, 회사 안에 파벌 싸움이 있다거나, 사장이 독단적이라거나, 원치 않는 회식을 자주 한다고 회사가 어렵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보통은 매출이 안난다거나, 현금 보유율이 떨어졌다거나, 예상치 못한 비용으로 인해 자금 운영이 어려울 때 회사가 어렵다는 표현을 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회사는 돈이 정신적이자 물질적인 동력이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돈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표면상 보이는 그 어떤 것보다도 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의 생명줄은 결국 돈줄

자금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는 일단 돈에 관련된 것들을 먼저 손대기 마련이다. 각종 지출의 제한과 지급의 보류, 매입 외상 처리, 급여 인상 동결, 인센티브 지급 보류, 외상 매출과 미수금의 회수 같은 대책들을 고려하고 실행한다. 심한 경우에는 직원의 급여나 수당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위와 같은 대책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물질적인 불편을 준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이런 방법들은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찾기는 쉽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안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무엇보다 회사가 생존하지 않으면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할 이유마저 사라진다. 일단 회사가 숨을 쉬어야 직원들도 존재할 이유가 있으니 회사를 존속시킨다는 목표를 두고 보면 이만한 방법은 없다.



책임의 분담은 고통의 분담이 아니다

그런데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정신적인, 물질적인 불편을 초래하는 방안을 택할 때를 보면 회사란 곳은 참 온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의 영향이든 내부의 실정이든(보통 둘이 뒤섞이기 마련이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질만도한데 책임을 지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저 현재의 고통을 분담해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슬로건만 앞서며 경영의 책임을 가시적으로 추궁하는 경우를 찾기는 거의 힘들다.


특히 경영자와 오너가 동일한 회사의 경우는 더 그렇다. 전문 경영자(월급 사장)를 두었다면 경영의 실책을 물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너가 경영까지 하는 많은 기업들은 경영자를 내치진 못한다. 잘났든 못났든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오너의 대부분이 최대주주다) 진퇴를 놓고 고민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또 오너 입장에서는 회사가 망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자신이기 때문에(자신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미 가장 큰 책임을 운명으로 지고 있는 셈이다. 


오너의 책임과 경영자의 책임은 다르다

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액면으로 볼 때 회사가 망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오너가 맞지만 피해를 보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설령 회사가 망한 것으로 인해 인생까지 쫄딱 망하는 것이 오너가 지는 책임이라 해도 그 책임은 경영의 책임과는 구별해야 한다. 소유와 경영을 구분할 수 있느냐는 물을 필요도 없다.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전문경영자 따위가 있는 것이다.


오너는 회사의 존폐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알거지가 되는 것이든 경제사범이 되는 것이든 간에), 경영자는 경영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리고 오너와 경영자를 같이 하고 있다면 두 가지 책임을 다 져야한다. 그런데 오너이면서 동시에 경영자인 '사장님'들의 대부분이 오너의 책임을 앞세워서 경영자로서의 책임은 회피한다. 만약 전문경영자를 두었는데 회사를 말아먹었다면 가만히 두겠는가? 쫓아내지 못한다면 월급이라도 깎아서 가시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오너와 경영자를 동시에 맡고 있다고 해서 그러지 말아야할 이유는 없다.



사장 월급부터 깎아라

사장의 월급을 깎는다고 해서 금세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진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착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장님들도 많아서 자신의 월급은 못받아가더라도 직원들 월급을 먼저 챙기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도발적인 - 경영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것이다 - 말을 하는 것은 경영자 마인드와 오너 마인드를 구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단적이고 독재적인 경영의 대부분은 '회사=사장'이라는 도식에서 나온다. "망해도 내가 망한다", "회사 망하면 나보다 피해보는 사람이 어디 있나" 따위의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도식이 사장님들의 머리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는 공과 사의 엄격한 구분을 강조하고 책임감을 갖고 프로답게 일하라고 하면서 소유와 경영조차도 구분하지 않는다면 앞의 말들은 허위이며 가식이다. 책임감을 지닌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회사가 어려울 때는 사장 월급부터 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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