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토끼에게 사자 리더는 힘겹다

김성열 2014. 6. 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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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힘'을 발판으로 삼는 리더들이 있다. 묵직한 카리스마로 좌우를 압도하고 원대한 목표를 향해 사람들을 진격하게 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그런 리더들 말이다. 그런 목표지향적이고 활동력 넘치는 리더들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위기관리에도 강할 뿐만 아니라 비전과 목표가 뚜렷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는 점에서 발군의 위용을 나타낸다. 다부지게 초원을 딪고 서서 먹이감을 노리는 한마리의 사자 같다고나 할까? 이런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십은 눈에 보이는 효율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그러나 리더십이 단지 효율이라는 결과만으로 환영받기는 어렵다. 어쨌든 리더십의 대상과의 관계 역시 리더십으로 풀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한 사람(자신이 강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의 리딩을 원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강함이 종적인 순위 매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 시스템 안에서는 자신도 언젠가는 상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의 리딩은 꺼려한다. 소극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조심스러운 리딩은 강한 사람에겐 적절한 동기 유발이 되지 않는다.


약한 사람은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의 리딩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너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라" 따위의 강한 리딩은 일단 부담스러운 것이다. 약한 사람은 강함에 대해 대응할 의지마저도 약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꾹 참고 강한 리더를 따르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속앓이를 피할 수 없다. 약한 사람들에게 강한 리더는 지배하려는 사람, 추궁하려는 사람, 압박하려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쉽다.



약한 사람이 주류인 집단에서는 사자처럼 강한 리딩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리딩이 더 낫다. 나약한 리더십이 아니라 강함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리더십 말이다. 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편이 별로 필요 없다. 하지만 약한 사람들은 혼자 살기 힘들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의 편이 되는 것, 내가 누군가의 편이 되는 반긴다. 그래서 약한 사람들은 무리를 짓는다. 


이런 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무리에 들어가 강해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현명한 리더십이 아니다. 설사 리더 본인은 강하더라도 약한 사람들의 편이 되고 싶으면 강한 모습 대신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안되는게 어딨어", "될 때까지 해 봐", "죽기살기로 해", "이번 목표 달성 못하면 사직서 쓸 생각해" 따위의 서슬 퍼런 말들은 약한 사람들에게 먹히는 말이 아니다.


리더는 자신이 리딩하는 집단의 성격을 잘 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토끼에게 사자의 육중한 앞발과 강력한 이빨로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누구나 연습하고 단련하면 된다고 하는 논리를 내세우겠지만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진 않는다. 사자에게 토끼처럼 굴라고 하는 것 역시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리딩은 그 리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중심이어야지 리딩하는 리더가 중심이어서는 안된다. 


리더십은 그 스타일의 일관성이 아니라 얼마나 적시적소에 리더십을 잘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 리더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무작정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리딩을 할 사람들에게 맞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리더십도 사람과의 관계에 바탕이 있다. 그 관계를 무시한 리더십은 리더 혼자의 원맨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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