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삶과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

김성열 2014. 4. 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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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글픈 삶 중에 하나가 좋아하는 무엇이 없는 삶이다. 딱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좋아하는 활동도 없이 그저 하루를 어제처럼 살아가는 것만큼 서글픈 것도 없다. 하루를 어제처럼 살아가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한참 사회생활(보통은 직장생활)을 할 나이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낯선 나를 발견하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라도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사회생활 초년기에는 남을 의식할 수 밖에 없고 남을 중심으로 내가 돌아간다. 그러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중심이 자신에게로 조금씩 기울어진다. 하지만 내가 중심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낯설다. 그리고 외곽에서 점점 중심으로 다다르는 것에 낯설어 하는 자신을 보면서 서글퍼진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대부분 그렇지만)을 알고 나면 서글퍼지고 예전에 좋아했지만 지금은 서먹해진 것들이 생각나서 또 서글프다. 30대 중반을 넘긴 이들이 술자리에서 옛날 이야기를 안주 삼아 꺼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고 지금 반추해두지 않으면 그저 그런 기억처럼 사라질 것 같은 아쉬움 때문에 옛 기억을 되새김질 한다. 물론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아했던 그 무엇에 다시한번 몰두한다는 것은 기껏 잡아둔 삶의 궤적을 이탈하는 것 같아 쉽지 않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하지만 예전보다는 여유가 있다. 단순히 시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나의 자원을 스스로 (어느정도는)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여유를 백분 활용할 계획을 세워본다. 불룩하니 솟아나는 배를 가라앉히기 위해 수영을 시작하거나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어 약해빠진 가는 종아리와 허벅지를 키울 셈으로 자전거를 사서 강변을 달리기 시작한다. 


평소에 뒷전으로 두었던 책에 눈길을 주고 1년치 독서 목표량을 잡아보는가 하면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한다. 등산, 축구, 요가, 기타 연주, 여행, 중국어 공부, 사진 찍기, 라틴댄스.  하지만 용의 머리로 시작해 뱀의 꼬리로 끝을 맺는 것이 대부분이고 도마뱀 꼬리가 잘리듯 끝을 찾기 힘든 경우도 부지기수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지속하기 어렵다

대한 계획들이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의무감이 생겨서 더더욱 흥이 나질 않는다. 신나는 놀거리라도 결국 '좋아할 수 있을만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몇번의 흐지부지함을 겪다보면 만성이 된다. 그저 무엇인가 시도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만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살기 바쁜 세상이다. 시간 내기도 빠듯하고 노력을 기울이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몰두하면 즐거운 것을 찾아 감성을 깨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을지,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모를 때는 이것저것 무작정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운이 좋으면 몇 번의 시도만에 내 기질에 맞는 것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런 방법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 


Do Nothing

징검다리 연휴가 있으면 하루 이틀 정도 휴가를 내서 네닷새의 시간을 만들자. 그리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보라. 낮잠도 자지 말고, 외출도 하지 말고, 스마튼폰도 꺼놓고 PC도 켜지 말자.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가면 무엇인가를 간절히 하고 싶어진다. 운이 좋으면 어느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산책이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음악 감상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작은 배낭을 짊어지고 기차역으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요리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루하면 재미있는 것을 찾기 마련이다.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좋아해서 몰두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모를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몰두하고 싶어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도 찾지 못한다면 여러가지를 해보는 수 밖에 없겠지만 닷새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운빨'이 썩 괜찮다고 봐야 한다.



좋아하는, 신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두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들이나 연인이 지루해하면 같이 놀아주거나 즐거워할 무엇을 주려한다. 그 사람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내 삶도 마찬가지다. 내 삶이 소중하다면 내 삶에도 그 정도는 해주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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