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이문구, 문학과지성사, 2000)일찍 읽지 않아서 다행인 책들이 있다면 나에게는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이 그짝이다. 일찌감치 읽고 기억 저편으로 넘겼다면, 소설을 되짚어 읽지 않는 나의 버릇(현진건의 소설은 예외긴 하다) 덕에 기억 한켠에 먼지만 쌓여갔을테니까.이 유명한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냐고는 하지 마시라. 그나마 누군가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었으니, 타박 대신 축하를 바라는 심정이다.산마루의 잇닿은 등성이처럼 넘실거리는 문체, 숨소리가 귓전에 흠흠대는 충청도 사투리, 여기에 내가 어설프게나마 겪었던 (진짜가짜 같은) 향촌 부락의 담벼락 아래 이야기들이 책에 그득하다.제목은 또 얼마나 멋있는지, 어느 옛날 선비가 지은 시의 한구절이라고 해도 좋을만하다. 일락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