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2007) 은 적어도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특히 한국인에게 와 닿는 부분이 제법 많다. 비록 한국에 대해서 언급이 전혀 없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관습적 유사함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유사점들이 한국과 일본의 불편한 관계 즉, 문화 개방을 동반한 사회 변혁기의 36년이라는 시간에서 기인함을 쉽게(또는 섣부르게) 짐작하게 한다. 한 쪽이 일방적인 권력을 휘두른 36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회의 문화를, 한 국가의 관습을 좌우하는 데 넉넉했다는 그런 짐작 말이다.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다. 수 백, 수 천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습속이 단 36년의 시간만으로 모두 변화되거나 일소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