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해고 당하는 사람이 속편한 정리해고는 없다

김성열 2014. 1. 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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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못할 사정이든 성역 없는 사정이든 간에 직장에는 '해고'가 존재한다. 해고의 상황이 되면 나가는 사람도 속쓰리지만 내보내야 하는 사람도 속 아프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사칙에 어긋나거나 근로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는 해고의 책임을 해고 당하는 당사자에게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피치못할 경영상의 사정으로 인해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정리해고'의 경우 보내는 사람이나 나가는 사람이나 속이 속이 아니다.


정리해고는 모두 아프다

원래 정리해고는 고용자나 피고용자나 속이 쓰린게 정상이다. 그것을 감수하는 일은 정리해고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일 잘하던 사람을 생짜로 잘라내야 하는데 양쪽 다 속이 편할 리 없는게 당연하다. 심지어는 남은 사람의 속마저도 쓰리게 하는 것이 정리해고다. 그런데 이런 속쓰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간혹 상황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원들에게 얘기했는데, 다들 쿨~ 하던데?" 나는 이렇게 말하는 윗사람을 경험한 적이 있다. 속으로는 헐~ 이라고 했지만 내색은 못했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상황을 해석하려는 모습이 짠해보였기 때문이다.


저는 참 잘 잘린 것 같아요?

해고 통보를 받으면 당장 무슨 말이 나오겠는가? 제발 살려달라고 울까? 성질을 내면서 대차게 항의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장은 살아가는 도구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버림 받으면 애정도 없어진다.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쓴소리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도 드문 것이 쓴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나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속에는 할 얘기가 있다고 해도 할 필요를 못느끼며, '너 나가' 소리 듣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아 할 말도 생각나지 않는게 정상이다. '저 자르신 건 참 잘 하신 일이에요'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편이 정상

정리해고의 상황을 쿨하다고 이해하는 것은 해고통보를 받는 사람의 기분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귀에 들리는대로,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은대로, 듣고 싶은대로 상황을 해석하니 "아, 사람들이 정말 쿨하구나. 회사를 걱정해 주는구나."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 속만 편해지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속된 말로 당장 내 밥줄이 끊겼는데 회사 걱정이 뭔 개똥 같은 소리며 '회사를 위한 숭고한 희생'과 같은 코스프레가 뭔 소용인가?


직원은 그렇다

회사 있는 동안도 그렇고,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평범한 보통 직원들은 윗사람에게 자신의 본심을 다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의 본심을 받아주는 윗사람이 있다면 평소에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더 들을 얘기도 없다. 직원은 속옷만 걸친 사람과 비슷하다. 다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윗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직원들을 다 안다고 쉽게 말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가벼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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