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일머리 키우기는 이것부터

김성열 2022. 8. 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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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머리가 뭐라고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직장인에게 '일머리 있다'는 말만큼 듣기 좋은 칭찬도 없다. 일머리가 있다는 말은 일을 요령있게 잘 처리한다는 뜻이다. 요령있게 처리된 일은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게 보통이다. 그러니까 일머리 있다는 얘기는 일을 썩 잘한다는 얘기와 같다. 일로 평가받고, 그 평가에 따라 직장생활의 안정이나 댓가가 보장되는 직장인에게 일머리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일머리가 있다라는 말은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왜 일머리가 없을까 고민하는 경우도 많고, 성실하긴 한데 일머리가 없는 게 흠이다라는 말을 듣는 직장인도 많다. 그렇다 보니 일머리도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쉽지만 실제 어느정도는 그렇기도 하다.

 

사람이 목적을 갖고 하는 하는 행동이나 행위들 중에 많은 것들이 타고난 재능에 따라 효율의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흔히 하는 운동, 노래, 공부 같은 걸 봐도 그렇다. 잘 하기 위해서 노력이 빠져서는 안되긴 하지만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완성도나 효율에 차이가 분명 있다. 그렇게 보면 일머리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일처리에 대한 타고난 감각'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면 일머리가 없는 사람은 그냥 되는대로 일해야 할까? 굳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놓아버릴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일머리 있다는 말을 일을 요령있게 잘 처리하는 감각이 있다는 말이다. 그 감각이 부족하다면 일머리 있는 사람들의 요령을 자신에게 적용시키면 된다.

 

일의 목적 파악은 기본

일머리의 시작은 일의 목적이나 목표를 파악하는 데 있다. 왜 하는지 모르면 뭘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일의 목적을 아는 것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다행히 직장인이 하는 일은 대부분 루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목적을 파악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경우는 잘 없다. 때로 루틴을 벗어난 일을 하더라도 사전 논의나 상급자의 지시를 통해 일의 목표나 목적은 파악되기 마련이다.

 

(일머리가 없거나 그냥 괴롭힐 목적으로 목표와 목적이 불분명한 일을 던져주는 상사의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으니 예외로 하자.)

 

실제로 일을 할 때 일머리가 있고 없고가 구분되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일의 목표 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할 세부 단계에서 일머리 있고 없고가 드러난다. 일머리 있는 사람은 세부 단계를 감각적으로 파악하는 데 능숙하다. 업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단계화 시켜서 착착착 진행시킨다. 어떤 일이 주어지면 일의 시작부터 끝이 세부적인 것까지 머리 속에서 정리되고 그려지는 것이다.

 

반면에 일머리 없는 사람은 그런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거나 세부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잦아 브레이크가 잘 걸린다. 일머리라는 감각이 무딘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다. 타고난 감각이란 건 그저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머릿속에 그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곳에 그리면 된다.  머릿 속에 그리는 것과 머리 바깥에 그리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어디에 그려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디테일 하게 그리느냐가 핵심이다.

 

일 쪼개기

디테일하게 그린다는 것은 일을 최대한 세부적으로 쪼갠다는 뜻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채용 안내 페이지를 추가해서 넣는 일을 맡았다고 하자. 아주 복잡한 일은 아니다. 들어갈 내용(콘텐츠)를 작성하고, 웹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잡아서 작성된 콘텐츠를 넣고, 웹페이지를 생성해서 추가하면 된다.

 

홈페이지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경우라면 컨텐츠 작성 > 페이지 레이아웃 잡기 > 컨텐츠 삽입 > 홈페이지 담당자에게 페이지 생성 및 등록 요청 > 테스트 > 완료 정도가 될 것이다. 일머리가 있는 사람은 이 정도 그림만으로도 일이 착착 진행된다. 디테일한 건 이미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 일머리가 부족한 사람은 이걸 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쪼개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기획 수립 - 기획안 작성
- 부서장 품의
00월 00일
00월 00일
* 콘텐츠 작성 - 콘텐츠 구성 기획
- 직무별 채용 자격을 각 부서장에게 요청
- 콘텐츠 초안 작성
- 각 부서장에게 작성된 콘텐츠 검토 요청
00월 00일
00월 00일
00월 00일
00월 00일
* 웹페이지 제작 - 웹페이지 레이아웃 구상
- 홈페이지 관리 담당자에게 레이아웃 검토 요청
- 콘텐츠 삽입
- 웹페이지 생성 완료
00월 00일
00월 00일
00월 00일
00월 00일
* 웹페이지 등록 - 홈페이지 관리 담당자에게 페이지 등록 요청
- 테스트
- 페이지 오픈
00월 00일
00월 00일
00월 00일
* 완료 보고   00월 00일
* 사내 공지   00월 00일

(일을 쪼개는 방식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니까 저렇게 하면 웹페이지를 만드니 못만드니 하는 소리는 말자.)

 

일 쪼개기의 효과

이런 식으로 일을 디테일하게 쪼개면 일의 진행 단계가 한 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놓치는 부분도 적어진다. 일정도 같이 넣어주면 일정관리까지 디테일하게 할 수 있다. (몇 시 몇 분까지 넣지는 말자. 이미 알겠지만 그런 일정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쪼개면 얻을 수 있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작은 일을 하나하나씩 완료해 가면서 작은 성취감을 얻게 된다. 보통은 업무를 다 완료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일을 쪼개서 그걸 눈 앞에 구체화시켜 놓으면 작은 일 하나하나가 처리될 때 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일과 사람에 치여 심신이 고달픈 직장인에게 이만한 보약도 없다.

 

노력은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들을 한다. 이제는 '노력으로 안되는 것은 없다'는 선동이 예전처럼 먹히질 않는다. 하지만 재능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감각이 부족하다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요령을 적용하면 된다. 일머리라는 감각도 어느정도는 그런 식으로 커버할 수 있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잘 쪼개지지도 않을 것이다. 일을 쪼개는 데만도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업무의 첫단계로 일을 쪼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일머리 별 거 없다. 자신에게 맞는 요령을 갖추는 것도 일머리다. 화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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