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권위주의적 상사, 그 탄생의 비밀

김성열 2014. 11.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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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싫어하는 상사의 유형을 따지는 설문 조사 결과나 글들을 보면, 유형의 이름은 제 각각이지만 하나의 본질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상사', '툭하면 버럭 대는 폭군/독재자형 상사', '부하직원 앞에서 큰소리 치면서 윗사람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상사', '무조건 명령하는 군인형 상사', '자기 의견만 옳다고 우기는 상사', '머리 속에 윗사람들만 가득 차 있는 상사'. 이 모두가 '권위주의적인 상사'의 또 다른 이름들이다.


권위주의의 정의

『교육학용어사전』은 권위주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독단적 지배력이나 권위에 의해서 질서를 유지하려는 행동양식. 독재주의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권위에 의해서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종적 지배관계를 형성하려는 질서원리로서 전근대사회에서의 가부장제(家父長制)•신정정치(神政政治) 등은 권위주의의 전형이다."


『21세기 정치학대사전』은 "어떤 일을 권위에 맹목적으로 의지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행동양식이나 사상이다. 즉 자신보다 상위의 권위에는 강압적으로 따르는 반면, 하위의 것에 대해서는 오만, 거만하게 행동하려는 심리적 태도나 사상"이라고 정의한다. 두 정의는 그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독단, 강제, 지배 따위의 단어들에서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권위주의적 상사의 성향

한마디로 권위주의적 상사는 대체로 독단적이고 강압적이며, 조직의 프레임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종적 구조로 이해한다. 권위주의적 상사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나 사상을 조직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러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위주의적 질서를 강요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을 강제한다. 


직장에서 권위주의는 대체로 '높으신 분들'에게서 찾기 쉽다. 그 이유는 직장에서 권위의 힘이 직위나 직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을 드러낼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으면 표시가 잘 나지도, 표시를 잘 내지도 않는다. 직위/직급이 낮으니 드러낼 권위가 없고 어느정도 권위가 있다고 해도 자신보다 높은 권위의 눈치를 보느라 권위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직위/직급이 오르면 사람이 변했다는 평가, 예를 들면 "대리, 과장 시절에는 동료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고 거리감이 없었는데 부장을 달고 나더니 권위적으로 변하더라", "팀장 자리에 앉더니 독선적인 사람이 되더라" 같은 식의 평가를 듣는다. 직위/직급이 낮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귄위주의의 성향이 나타나니 주변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두고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권위주의적 인간이 권위주의적 상사가 된다

하지만 직위나 직급이 낮을 때는 권위적, 독선적이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드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게다가 사람은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할 만큼 상황에 좌우되는 단순한 존재도 아니다. 권위주의적인 성향의 사람이 자신의 권위주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적당한 자리에 앉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라 보고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험한 것들이 몸에 밸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람이 바뀔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쉽게 바뀌는가. 게다가 머리가 굵은 대로 굵은 어른이 말이다. 오죽하면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니 직위/직급이 오르면서 전과 다르게 권위적, 독선적이 된 사람을 두고 왜 저렇게 바뀌었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권위주의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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