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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 5

인내라는 미덕이 불러온 병

화병(火病)"최순실에게 굽신굽신... 국민 화병 도졌다", "늑장 대응, 입장 번복... 인천 주민들 화병 날라."......'화병'은 화가 나거나 속 터지는 심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말의 뜻을 풀어보면 병(病)이지만 진짜 병으로 느끼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화병은 진짜 병이다. 'U22.2'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되어 있고, Hwabyeong라는 영문명이 있으며,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엄연한 질병이다. 화병은 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증상이 발견되는 독특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한국인들이 겪는 문화 증후군의 일종으로 보고 그들의 진단 분류체계에 화병을 등재해 놓기도 했다. 화병을 간단히 말하면 ‘분노가 쌓여서 생기는 병’이다. 분노를 오랫동..

40대 남자의 감정 - 분노

분노의 정의분노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화를 내는 것’, ‘성을 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욕망의 실현을 부정하거나 저지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결과로 생기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욕망의 실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 갖고 싶은 것을 갖거나 갖기 싫은 것을 내치는 것과 같은 ‘의지’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욕망의 실현’은 내가 가진 신념이나 의견을 관철함으로써 얻는 인정도 포함된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이익과 직접 관계는 없어도 나의 신념 체계에서 볼 때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에 분노를 느낀다. 인간의 역사에서 분노는 오랫동안 파괴적이고 이롭지 않은 감정으로 여겨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분노는 어리석음에서 시작하여 후회로 ..

중년 남자의 눈물 (2) - 중년 남자의 눈물을 허하라

중년 남자가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중년 남성들은 눈물의 현실성과 남자다움이라는 관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자다움 쪽으로 타협을 본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는 별개로 눈물은 많아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책을 보다가, 예전 같으면 별 것 아닌 장면에서 코끝이 찡해진다. 어떤 때는 넋 놓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전보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아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눈물에 대한 금기 의식 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눈물을 들켜서 “당신, 지금 우는 거야?”, “엄마, 아빠 울어!” 같은 얘기를 듣게 되면 얼른 눈물을 훔쳐내고 너스레를 떨며 무안해 한다. 자기 눈에서 흐르..

중년 남자의 눈물 (1) - 그들에게 눈물이란

눈물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고 했다. 의학이나 생리학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엄연히 틀린 말이다. 눈물은 머리도 아니고 가슴도 아닌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체액이다. 눈물은 이물질이나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눈을 적시고 있다. 때로는 눈에 무엇이 들어가거나 자극이 있을 때도 눈물이 나온다. 이런 과학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눈물은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의 부산물이자 그 감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눈을 촉촉하게 적시기 위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눈물이 하루 1그램 정도지만 감정이 북받쳐서 흘리는 눈물은 그 수 십 배 이상은 되고도 남으니 눈물을 감정과 연계시키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학자들도 눈물과 감정의 연관성을 부정하지..

40대 남자의 불안 - 아버지는 강하다, 그리고 세상은 더 강하다

40대 남자의 불안 - 아버지는 강하다, 그리고 세상은 더 강하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국민 동요’ 급의 노래 ‘아빠 힘내세요!’의 하이라이트 가사다. 양성 평등을 저해한다는 구설에 잠시 휘말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아빠’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노래다.(그 밖에는 '아빠와 크레파스' 정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고 걱정이 든 아이들이 부르는 힘찬 응원가. 아빠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기특한 격려의 메시지에 밝고 활기찬 리듬까지 더해져서 얼굴에 웃음기가 생기고 힘이 불끈 솟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아빠들에게 때로 무서운 현실로 느껴진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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