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다산초당, 2018) 마흔에 접어들 때 특별한 감정이 있진 않았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미처 알아채지 못하거나 숨기고 싶은 서글픔이나 설렘이 마음 한 켠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일상에 쉽게 용해되고 만다. 그러다 마흔 하나가 되고 마흔 둘이 되고 마흔 셋이 된다. 나이 먹음도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나는 줄곧 나이를 그렇게 먹어왔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었던 40대가 부담스럽게 다가온 것은 나이 50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이제 지나온 40대의 절반만 살면 쉰이다. 전에 그랬듯이 나이듦을 자연스러운 삶의 진행으로 받아들인들 누가 뭐라 하겠냐만, 그래도 사뭇 느낌이 다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