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모두가 싫어하는) 권위주의적 상사의 기본 아이템 2가지

김성열 2013. 12. 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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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부에서 학습한 내용을 회사 직원들에게 전파 교육할 기회가 있었다. 며칠을 준비해서 40여분 동안 가열차게 교육을 하고 썩 괜찮았던 반응에 흡족하고 있을 때 임원급 상사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그 상사는 교육 내용 중 특정 부분에 대한 불필요성을 뜯고 꼬집더니 결국에는 교육 자체를 전혀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나를 이 분야에 대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결론 지어버렸다.


당시 그 교육은 법률적인 내용이었으며, 법률에는 문외한이다보니 교육 자료와 교육 형식은 그 분야의 강사들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서 옮긴 것 뿐이었기에 상사의 힐난이 나를 향한 것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라는 사람에 대한 무능력으로 평가가 내려지는 순간 이 힐난이 처음부터 내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교육을 들었던 많은 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교육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고, 돌아돌아 들려 오는 평가를 들어봤더니 꽤 괜찮은 교육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솔직히 말하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교육을 무척 잘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는 '정신승리'로 Self Happy Ending으로 끝을 맺긴 했다. 그 때 그 상사의 태도를 생각하면 아직도 그 때의 불쾌함이 선선하게 떠오른다.


그 상사는 당시 직장에서 매우 권위주의적이라고 평가받던 인물이었다. 검정색 정장과 붉은 계열의 넥타이가 아니면 술집 종업원이고, 라운드 셔츠를 입은 직원에게는 직장인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복장 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자신의 생각, 관념, 의지와 다르면 모두 틀린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라고 공격했다. 한마디로 나의 생각과 관념에서 벗어난 것은 모두 옳지 않은 것,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꾸준히 미움받는 권위주의적 상사

직장인이 싫어하는 상사의 유형을 따지는 설문 조사 결과나 글들을 보면, 유형의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본질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아래와 같은 유형으로 불리는데, 한마디로 압축해서 표현이 가능하다. 센스가 넘치거나, 호되게 당해본 사람이라면 답을 알 것이다. 


*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상사

* 툭하면 버럭대는 폭군/독재자형 상사

* 부하 앞에서 큰소리치면서 윗사람 앞에서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상사

* 무조건 명령하는 군인형 상사

* 자기 의견만 맞다고 우기는 상사

* 머릿 속에 윗사람들만 가득차 있는 상사


바로 "권위주의적 상사"의 또다른 이름들이다. 나를 힐난했던 그 상사의 그의 불관용과 공격성은 그의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기인했던 것이다.


권위주의의 속성

독단적 지배력이나 권위에 의해서 질서를 유지하려는 행동양식. 독재주의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권위에 의해서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종적 지배관계를 형성하려는 질서원리로서 전근대사회에서의 가부장제(家父長制)·신정정치(神政政治) 등은 권위주의의 전형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권위주의 [權威主義, authoritarianism] (교육학용어사전, 1995.6.29, 하우동설)


권위주의적 상사는 독단적이고 강제적이며, 조직의 프레임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종적 구조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거스르는 행동이나 사상을 조직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위주의적 질서원리를 강요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을 강제한다. 권위주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다.


또, 권위주의적 상사는 현재의 질서 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서의 형성과 유지는 조직의 입장에서 반드시 이뤄내야하고 지속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권위에 의한 일방적이고 강제적이며 종적 지배관계 형태의 질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특히 현대와 같이 창의, 혁신 따위를 큰 가치로 삼는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실제로 권위주의를 깨기 위한 움직임이 조직의 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수 아이템 - 불관용과 공격성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상사가 조직에 미치는 해악은 여러가지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일으켜 조직의 연대를 저해하며, 독단적인 업무 처리로 창의성의 싹을 짓밟는다.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여 다툼을 일으키며, 종적인 지배구조만을 강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조직의 부속품이라는 자괴감이 들도록 한다. 이 해악의 근원은 권위주의에 내재된 불관용과 공격성이다. 


불관용은 자신의 것과 다른 생각, 관념, 행동, 판단 따위를 용인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인식 프레임 바깥에 있는 것을 철저히 거부하는 행위다. 흔히 얘기하는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이라고 보면 된다.


때때로 불관용을 넘어 타인의 생각을 옳지 않거나 틀린 것, 나쁜 것으로 규정할 때가 있다. 이 때 공격성이 두드러지는데, 이 공격성은 오로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공격 대상의 본질에 대한 부정과 비난을 동반하기까지 한다. 상대의 생각이 옳지 않기 때문에 그 상대는 본질적으로 무능하거나 나쁘다고 결론 짓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그 대상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상처를 크게 입게 된다.


직장 내 권위주의의 위력

이런 불관용과 공격성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는 것이 권위주의의 가장 큰 위험성이다. 권위에 기댄 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권위에 대해서는 절대 복종한다. 대신 자신보다 낮은 권위에 대해서는 불관용과 공격성을 스스럼 없이 내보인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직장의 구조는 수직적이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힘은 약하다. 반면 권위가 동반되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히는 힘은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창처럼 날카롭고 육중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히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사람이 힘을 남용했다면, 힘 조절의 미숙함에 대해 비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에 그것을 백분 활용하는 권위주의적 상사가 있다면, 그야말로 그 존재를 부정하는 정도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창

요즘 권위적인 모습을 없애기 위해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상사들이 많다. 하지만 넥타이를 푼다고, 임원 책상을 직원들 사이에 둔다고, 직급을 없앤다고 권위주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권위주의는 사람의 마음에서 기인하는 권위를 맹종하는 사상이고 관념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과는 그렇게 큰 관계가 없다. 권위적인 모습이 드물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조금이라도 남들의 위에 있다면, 위에서 떨어지는 창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나의 손에 들려있는 창에 얼마나 내 자리의 무게를 실었는지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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