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당신에 대한 느낌과 감정도 인사평가의 일부분이다

김성열 2013. 12. 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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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라고 해서 일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많은 이들이 오래전부터 얘기해왔다. 반면에 직장이라면 주어진 업무만 잘하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하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속되게 얘기해서 꼰대들과 신참들은 쭉 그렇게 대립해왔다. 여기에서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냐를 구분짓는 것은 의미 있는 일 같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대신 직장이라고 해서 주어진 업무가 다가 아닌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다. 적어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의 속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 더 답답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으니, 일단 마음을 열자.


일은 잘 하는데 네가지가 없어

직장에서 흔히 인사평가라고 불리는 업무능력평가는 객관적 평가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인사평가 방법은 100% 객관적이지 않다는 맹점이 있다. 따라서 업무평가라는 것이 업무에 임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여기에 사람에 대한 객관적이지 않은, 정확하게 말하면 감정적인 평가도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업무평가에는 그 사람의 능력 뿐만 아니라 태도나 마음가짐, 언행 같은 것들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태도나 마음가짐, 언행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평가하는 이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수 밖에 없으며,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주관적인 평가에는 감정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인사평가 시스템을 갖췄다면 더더욱) 보편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반면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이나 시스템 대신 또다른 사람의 감정이 작용한다. 한 사람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주관적인 평가를 동시에 하다보니 '일은 잘 하는데 네가지가 없어', '업무 처리는 조금 서투른데 끈기가 있어'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감정 개입은 반칙 아님?

객관적이어야 하는 성과평가에 감정이 개입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맞다. 그게 문제다. 그리고 쉽게 풀어낼 수 없기 때문에 더 문제다. 왜 쉽게 풀어낼 수 없는가 하니, 계약에 의해 소속된 일터라고 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감정의 교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사람은 주고 받은 느낌으로도 사람을 가늠하기 마련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러저러한 인사평가 방법은 많지만 100% 객관적이진 않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100% 객관적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감정을 교류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감정을 교류하지 않고자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굴기 위해 이성을 곤두세운다 해도, 나머지 절반은 감정인 것이 사람이다. 감정을 억제하고 봉인한다는 것은 오히려 인간적이지 않다는 타이틀을 얻는 방법으로 제격이다.


바꾸기 어려운게 현실

일만으로도 벅찬데 상사 눈치까지 보고 표정관리하고 태도관리까지 한다는 것 쉽지 않은 것 맞다. 그래도 사람 속에서 사는 한 감정으로 평가받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이 난관을 타개할 뾰족한 방법도 없는게 현실이다. 방법이 있었다면 버르장머리와 네가지와 태도를 운운하는 꼰대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흘러 가는 것이다. 


"진짜 그 사람은 일 못하기로 소문났는데, 상사들한테 살랑살랑 거려서 동기들 제치고 혼자 승진을 했다니까요~!!" 이런 얘기는 널리고 널렸다. 능력도 떨어지면서 태도만으로 평가받는 사람들 얘기 말이다. 아쉽게도 어떤 시스템에서든 그런 얍삽이들이 나와서 공정함에 흠집을 내기 마련이다. 억울한 거 안다. 나라고 안겪었겠나. 그런 상황도 받아들이는 것은 그것이 직장 생활을 함과 동시에 숙명처럼 떠안게 되는 리스크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현되는 순간 멘붕이긴 하지만 그 리스크는 원래부터 있던게 확실하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은 감히 해본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시스템 안에서 해야 제대로 된다. 게다가, 능력도 괜찮고 태도까지 좋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그렇게 치욕스럽지만 않다면 아주 못견딜 일도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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