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입사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좋지 않은' 회사

김성열 2014. 3. 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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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에 성공(?)해 첫출근할 때 기분은 첫등교할 때의 기분만큼이나 두근반 세근반 하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때의 기대감과 설레임은 입사 성공의 기쁨과 어우러져 기분좋은 긴장감을 일으킨다. 하지만 막상 첫출근을 했는데 그런 기분 좋은 긴장감이 당황스러움으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원인은 대부분 회사에 있기 마련이다.


1. 자리가 없다

부푼 가슴을 안고 첫출근을 했는데 내가 앉을 자리가 없다. 자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1시간 여를 휴게실이나 미팅룸에 앉아서 항망한 기분에 휩싸인다. 때로는 빈 책상 하나를 주며 '편하게' 앉아 있으라고 하지만 편할 리 전혀 없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헐레벌떡 자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의 당황스러움은 스쳐 지나면 그만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어지럽기 그지 없는 책상을 하나 부여 받고 혼자서 PC 셋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도대체 이 회사는 나를 직원으로 받고 싶긴 한걸까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2.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도어락으로 걸려진 문을 두드리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빼꼼히 연다. "어떻게 오셨어요?" "오늘 출근하기로 한 XXX입니다만..." "출근...요? 잠시만요. (고개를 뒤로 돌려 또다른 직원에게) 오늘 새로 입사하는 사람 있어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저기, 어느 부서에 입사하셨어요?" 이쯤 되면 내가 입사하는 것이 이 회사에서는 감춰야할 비밀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면접을 봤던 부장이라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까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쭈삣거리며 서 있을 뿐이다. 부장에게 이끌려 책상으로 안내되지만 당황스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3. 밑도 끝도 없는 업무지시

직원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아직은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자리에 앉는다. 옆 직원이 이것저것 자잔한 것들을 챙겨준다. 팀장이 다가온다. "XX씨 뭐 불편한거 없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잘 모르는 거는 옆에 X대리한테 물어봐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지난주 매출 실적인데 임원 회의 때 쓰게 정리 좀 해줘요. 11시까지 해주면 되요." 밑도 끝도 없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야 하는지, 임원 회의 때 누가 볼 것인지, 관련한 정보는 누구한테 구해야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회사에 다니던 사람을 대하듯 거침없이 업무지시가 내려온다. 내가 입사를 한 것인지 휴가복귀를 한 것인지 헷갈린다.


4. 아무도 없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은 다들 분주하다. 사내 시스템 담당자에게 받은 메일 계정으로 임직원들에게 인사 메일을 돌린다. 첫인상이야말로 앞으로의 직장생활을 좌우하는 것이니까. 고개를 들어보니 팀원이라고 소개 받았던 사람들이 자리에 없다. 팀장도 자리에 없다. 소외감인지 외로움인지 모를 느낌에 당황하고 있을 때 저편에 있는 회의실 문이 열리며 팀장이 몸을 내민다. 그리고 손짓을 한다. "XX씨 들어와. 회의해야지." 다이어리와 펜을 급하게 챙겨들고 회의실로 종종걸음을 친다. 앉아 있던 직원들이 "쟤는 뭔데 팀 회의도 안들어가고 저러고 있었어?"라고 하며 나를 보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이외에도 입사자들이 출근해서 당황하는 일은 많다. 입사한 첫날부터 새벽까지 술을 먹여대는 회사도 있고, 아예 입사 첫날부터 밤늦도록 야근을 시키는 회사도 있다. 입사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오리엔테이션은 커녕 연봉계약서나 근로계약서 작성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원래 지원한 업무 분야와는 전혀 다른 직무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이나 중기업보다는 소기업에서 이런 경우가 많은데, 경우야 어찌 되었던 간에 입사자를 당황하게 만든다는 것은 입사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좋은 회사란

회사는 고작 그정도 수준이면서 요즘 구직자들은 눈이 너무 높고 고생하기를 싫어한다며 투덜거리는 것은 치졸한 얘기다. 직장인들이 흔히 얘기하는 '될 수 있으면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말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의견에 대한 옹졸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직원을 받아들일 기본적인 준비도 미흡하면서 능력 있는 직원을 바라는 것은 턱 없는 욕심일 뿐이다.


좋은 직원을 쓰고 싶으면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회사는 능력 있는 좋은 직원이 많이 모인 회사가 아니다. 좋은 회사는 회사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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