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직장인 글쓰기] 들어가며 - 직장인 글쓰기의 문제점

김성열 2014. 8. 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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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문서에 갇혀 산다. 보고서, 기획서, 결의서, 품의서, 시말서 따위의 문서들이 입사를 하자마자 표준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곁을 맴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일이 제법 잦다. 하다못해 이메일만 해도 하루에 몇 번을 쓰는데 그게 다 글쓰기다. 이렇게 접할 일이 많은 만큼 (친숙까지는 아니라도) 익숙한 수준 정도는 되야할텐데 글쓰기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도 글쓰기를 힘들어하고 어려워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가 뭐든 간에 (설마하니 대한민국의 교육 수준이 낮아서일리는 없을테고) 부담을 느끼는 만큼이나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는 직급이나 경력, 성별, 학력과도 무관하다. 직장 생활 십수년이 넘은 사람들도 엉망인 글을 쓰는 경우는 많다. 내가 경험한 '직장인 글쓰기'의 문제점은 대략 이렇다.


무언가 모자란다

읽기는 했는데, 이해도 됐는데 무엇인가가 모자라는 경우다. 뭘 하겠다는 것인지는 알겠는데 누가 하겠다는 것인지,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그 정도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언제 시작한다는 얘기는 있는데 언제 끝난다는 얘기는 없다. 다른 부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의 지원이 필요한지 알쏭달쏭하고 설명회를 하겠다는데 어디서 하는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주로 특정한 업무를 위한 기획서나 계획서, 또는 그런 내용을 포함한 이메일에서 이런 글쓰기를 자주 접한다. 기획서를 제출하고 진행의 가부가 아닌 별도의 상세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잦다면 이런 '모자란 글쓰기'를 하고 있지는 않나 스스로 살펴볼 일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가장 답답한 경우가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글이 나오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글을 쓰는 이가 글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다. 주제를 이해 못한 사람이 쓰는 글을 다른 이가 읽고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태도와 능력의 문제이지 글쓰기의 문제는 아니니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나오는 다른 하나의 경우는 글쓴이의 문장력이나 어휘력이 현저하게 딸릴 때다. 글을 쓰는 이는 글의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지만 그런 이해가 글로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문장도 엉망이고 단어 사용도 적절하지 못해 글이 글답지 못하다.


내용이 모자란 것은 채우면 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다시 써야 한다. 문제는 글을 다시 쓰는 그 사람의 글을 쓰는 솜씨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또 그렇고 그런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가장 답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모양이 이쁘지 않다

내용의 모자람도 없고 표현이 부적절하거나 문장이 나쁘지도 않은데 잘 읽히지 않는 글이 있다. 써야할 것들을 줄줄이 비엔나처럼 막 늘어 놓아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거나 목록을 너무 과하게 사용하거나 아예 줄줄줄 내키는 대로 써내려서 읽는 이의 흐름을 끊는 글이다. 일종의 정리정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다행히도 괜찮은 글의 형식을 배우고 연습하면 쉽게 고칠 수 있다.


성의가 없다

잘못된 맞춤법이나 오탈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거나 전문용어, 외래어 남발한 글쓰기도 문제다. 이는 글의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글쓴이의 태도가 문제라고 해야 한다. 글은 말을 표기한 것이니 말의 연장이다. 말에 예의가 있듯이 글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본다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면 귀찮다고 맞춤법을 가볍게 여기거나 오탈자를 그냥 두는 무례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용어나 외래어를 남발하는 것은 일종의 허영으로 글쓰기의 본래 뜻을 비켜 나간다. 말이나 글이나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인데 그 목적에 충실한 것도 어려운 마당에 자신의 유식함을 드러내는 것까지 욕심내는 것은 잘못된 글쓰기 태도다.


맨날 똑같다

이것도 태도의 문제다. 오탈자든, 문장력의 부족이든, 어휘의 오남용이든 간에 매일 같은 수준의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좋은 글을 써서 상대에게 의사 전달을 잘 하겠다라는 발전적인 의식이 없다는 얘기다. 연습 부족은 당연한 것이고 일단은 태도의 문제다. 글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번 함량 미달의 글을 대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왕 문제를 꺼내놨으니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도 한번 말해보려 한다. 앞으로 대여섯번에 걸쳐서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직장인 글쓰기'의 방법에 대해 쓸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리된 목차는 대략 아래와 같다. 아직 확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 내용으로 글을 올릴 듯 하다.


1. 육하원칙을 지키자

2. 목차 잡으면 절반은 끝

3.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자

4. 어휘 사용을 잘 하자

5. 좋은 글쓰기 습관을 기르자


나 역시 그런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동시에 여전히 글쓰기를 배우고 익히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정리를 통해 나의 글쓰기 솜씨도 다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잘난 글쓰기의 표본이 아니라 일종의 정보 공유로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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