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직장인 글쓰기] 1. 육하원칙을 지키자

김성열 2014. 8. 1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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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들어가는 글에서 얘기한 '무언가 모자란' 글을 쓰지 않으려면 육하원칙을 지켜야 한다. 알다시피 육하원칙은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의 여섯 가지다. 사전적 의미로는 역사 기사, 보도 기사 따위를 쓸 때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이지만 직장에서 흔히 쓰는 기획안이나 보고서, 품의서, 하다못해 메일까지도 육하원칙을 따르는 것이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 좋다.


기획안/제안서/보고서


홈페이지 개편 기획안(요약)


1. 개편의 목적

제품 라인업 변경에 따른 홈페이지 콘텐트 수정/보강

고객 서비스 확대


2. 개편 대상

당사 홈페이지 (http://www.000.com)


3. 기간

개발 : 20xx. xx. xx ~ 20xx. xx. xx

테스트 : 20xx. xx. xx ~ 20xx. xx. xx

사이트 오픈 : 20xx. xx. xx


4. 담당부서

본사 마케팅팀


5. 업무 분야별 담당자

리뉴얼 총괄 : 마케팅팀 홍길등 부장

기획/스토리보드 : 마케팅팀 홍길등 부장, 마케팅실 성춘양 과장

시스템 개발 : 개발팀 심학구 과장

디자인 : 디자인팀 김홍련 대리


위의 기획안 요약본의 목차를 육하원칙에 맞춰서 살펴보자.(실제 작업 내용에는 신경 쓰지 말고)


누가(Who) - 4. 담당부서, 5. 업무 분야별 담당자

언제(When) - 3. 기간

어디서(Where) - 4. 본사 마케팅팀

무엇을(What) - 2. 리뉴얼 대상

어떻게(How) - ?

(Why) - 1. 리뉴얼의 목적


언뜻 보면 초안으로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가 빠져 있다. 홈페이지 리뉴얼을 하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홈페이지를 어떻게 리뉴얼 하겠다는 것인지 얘기가 없다. 풀어서 말하면 제품 라인업 변경에 따른 홈페이지 콘텐트 수정/보강과 고객 서비스 확대라는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내용이 부족하다. 당연히 상세 기획안에서 언급할 내용이겠지만 초안에서도 아래와 같은 항목을 추가하면 내용이 좀 더 명확할 것이다.


6. 작업 내용

메인 페이지 이미지 변경

제품 소개 페이지 수정(신제품 추가, 구제품 삭제)

고객문의 게시판 추가

FAQ 게시판 콘텐트 추가


보고서, 계획서, 제안서 같은 문서들도 비슷하다. 대상과 목적이 있는 업무에 관한 문서를 작성할 때는 초안을 짜거나 목차를 잡을 때부터 육하원칙을 기준으로 삼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품의서나 기안서 같은 결재 문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에 대해 왜 결재를 요청하는지, 특정한 시점이 있다면 언제인지, 주체가 누구인지, 일을 처리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어떻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품의서/기안서


품의서(본문)

제목 : 웹디자인 교육 수강 품의


아래와 같이 웹디자인 기술 교육을 수강하려 하오니 재가 바랍니다.


                                  - 아 래 -


1. 목적 : 홈페이지 자체 개발을 위한 웹디자인 기술 습득

2. 일정 : 20XX. xx. xx ~ 20xx. xx. xx

3. 교육기관 : 샤방디자인스쿨(논현동 소재)

4. 교육시간 : 매주 월, 수, 금 16시 ~ 18시 (총 12회)

5. 피교육자 : 개발팀 변학두

6. 교육비 : 100만원


'어떻게(How)'가 빠져 있지만 '웹디자인 기술 습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과 조건이 제시되어 있으므로 굳이 항목을 만들 필요는 없다.(열심히, 성실하게...라고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뭘 배우는거지?' 그냥 '웹디자인 기술'이라고 하면 그 범위가 너무 넓다. '무엇(What)'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포토샵이면 포토샵, 플래쉬면 플래쉬, 드로잉이면 드로잉이라고 명확하게 써야 한다. '과목'이나 '상세 교육 내용' 정도의 항목이 더 필요하다.


이메일


발신 : 영업지원팀 정태만 과장

수신 : 개발팀 서태응 부장, 개발팀 강백오 대리, 운영팀 채지수 과장


안녕하세요. 영업지원팀 정태만 과장입니다.

사내 ERP 시스템에서 상품 재고 데이터를 엑셀 파일로 추출 요청드립니다.

영업 이사님이 보실 자료이니 (욕먹기 싫으면) 금주 안으로 완료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세요.


이메일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기획서나 보고서, 품의서, 기안서 따위는 누군가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결정을 위임하기 위한 문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메일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라 약간의 가벼움이 용인된다. 그러다보면 긴장감이 떨어져서 위와 같은 한참 모자란 글이 나오기도 한다. 육하원칙으로 따져보자.


누가(Who) - 세 명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지 않았다.

언제(When) - '금주 안으로'라고 불명확하게 썼다.

어디서(Where) - 사내라고 가정해도 좋은 상황이니 패스.

무엇을(What) - 상품 재고 데이터를

어떻게(How) - 엑셀 파일로 추출

왜(Why) - 영업 이사님이 보시려고


그나마 명확한 것은 '무엇을(What)'에 해당하는 '상품 재고 데이터'와 '어떻게(How)'에 해당하는 '엑셀 파일로 추출' 밖에 없다. '어디서(Where)'를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누가(Who), 언제(When), 왜(Why)는 명확하지 않다. 관련한 담당자가 여러명이라고 해도 업무를 최종 책임지는 주무자는 선정하는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누가(Who)'가 명확해진다.(지금 보내는 이 메일 전에 누가 주무를 맡을 지 사전 협의가 있었으면 좋았다.)


'언제(When)' 역시 금주 안으로라고 뭉뚱그려 놓았다.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가볍게 적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이런 습관도 고쳐야 한다. 정확하게 언제까지인지 확정해야 업무가 업무다워진다. 그리고 '왜(Why)' 역시 그냥 영업 이사님이 본다고만 되어 있는데 이렇게 써서야 어디 업무 같지가 않다. 더구나 직장인이 자기가 어떤 일을 할 때 왜 하는지 모른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기계로 취급하는 짓이다. 이런 글쓰기는 삼가야 한다.


발신 : 영업지원팀 정태만 과장

수신 : 개발팀 서태응 부장

참조 : 개발팀 강백오 대리, 운영팀 채지수 과장


강백오 부장님 안녕하세요. 영업지원팀 정태만 과장입니다.

사내 ERP 시스템에서 상품 재고 데이터엑셀 파일로 추출 요청드립니다.

영업 이사님께서 다음 주에 있을 영업실적보고회의 때 지참하실 자료라고 하오니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 4시까지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용량이 크더라도 1개의 파일로 추출해주세요.)

수고하세요.


육하원칙만 지키더라도 추가 질문을 받거나 문서를 보강하는 일은 줄어들며 내용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글의 틀을 잡거나 목차를 잡을 때도 육하원칙을 적용하면 글쓰기가 편해진다. 육하원칙을 지키는 글쓰기는 기술이나 능력이라기 보다 습관에 가깝다. 글을 구상할 때부터 육하원칙에 맞추고 글을 쓰고 나서도 육하원칙에 맞춰서 빠진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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