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

얼마 전에 신문에서 여성 일자리 관련한 기획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어떤 여자분의 이런 말이 실려 있었습니다.

 

"당시 면접관이 옆에 앉은 지원자에게 '여대 나와 남자들과 조직생활을 하면서 회사 잘 다닐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남녀 조화보다는 업무 적응능력이 더 중요한 사안 아닌가"

 

면접 때 굳이 남자들과의 조직생활의 조화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저라면 그냥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잘 다닐 수 있겠냐고 물었을 것 같네요. (그딴 거 잘할 생각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겠다라는 대답이 나올 것도 아닐테고) 어쨌든 인터뷰에 응한 여자분은 업무 적응능력이 다른 것들에 비해 중요하다는 의미로 얘기한 듯 합니다. 면접에 대한 감상이었으니 공정하게 업무 능력으로 평가를 받기를 바랬겠지요. 업무 능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과의 조화보다 더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둘 다 머리 아픕니다. 하지만 일 못하는 사람은 가르치고 단련시키고, 맞는 업무를 찾으면 어느정도 사태수습 개선이 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아예 그 부분에 대한 감이 전무하거나, 처음부터 부조화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고치기가 힘듭니다. 스무살이 훌쩍 넘은 성인의 感과 태도는 웬만해서는 고치기가 쉽지 않지요. 세살 버릇 여든까지...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배 직원과 백화수복을 사이에 두고 말했습니다. 일하는 것은 사는 것, 같이 일하는 것은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일은 혼자서 못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이고, 제법 여러 일이 내 손에서 일어나서 내 손에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혼자서 일을 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 일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행해지는 여러 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일들과의 조화 없이는 올바른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빛을 볼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을 만들기 전에 사용자 인터뷰 한다 칩시다.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잘 팔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일들도 존재합니다. 인터뷰 하나 잘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내 할 일 열심히 하는 것 중요합니다. 그건 내가 속한 회사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은 좁아빠진 시각입니다. 만약 그렇게 일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이라면 굳이 특정 장소에 모여서 일할 필요도 없고, 장기적인 계약을 맺을 필요도 없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전업주부 프리랜서를 쓰면 되고, 판관비 덜 들어가는 단기 계약직을 쓰면 되니까요. 아니면 업무의 각 분야를 전문 회사에 맡기거나 해도 되겠네요.

 

우리는 천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범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조화를 통해 시너지를 낼 확률이 그만큼 높습니다. 비단 회사 뿐만 아닙니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나와 내가 아닌 모든 것들과의 관계입니다. 그 관계의 조화로움이 행복과 불행, 슬픔과 기쁨의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조화롭지 않다면 관계가 순탄치 않다는 것입니다. 홀로 한다면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혼자 사는 것이고 혼자 일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수 만년의 시간을 지나며 조화의 이득과 혜택을 누려왔고 경험했습니다. 그 결과 아직도 조화라는 관계는 보편적으로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었지만 조화를 통해 얻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여전히 크고 실하다는 얘기겠지요. 그래서 그 조화를 위해 관용과 배려를 실천하고 이기심과 이해타산을 멀리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악용하거나 이용해서 자신의 사리를 채우거나 우리에게 절망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질 나쁜 놈들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다치는게 겁이 나서 조화를 통해 서로가 얻을 수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기의 아프지 않음에만 몰두하는 옹졸한 이기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편이며 모양새입니다. 단지 계약에 근거해 정해진 활동을 하고 일정한 돈을 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이 먼저일 겁니다. 그렇게 계약대로 내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의 조화를 선택할 필요를 없게 만듭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만,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은 "셀프 노예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앵벌이 No!

 

어떤 길을 택할지 각자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의식은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그러니 선택을 구체화하기 위해 의식은 일찍 몸에 새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삶에서, 일에서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 먼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선택에 맞도록 행하는 것인지 실천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습니다. 별은 서로를 비춰주는 겁니다. 밤하늘에 혼자서 빛나는 건 인공위성입니다. 그 빛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차가운 빛일 뿐입니다. 서로를 비추는 따뜻한 별이 되기 위한 선택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