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사표 내기 전, 사표 낸 후 이것만은 조심하자

김성열 2013. 11. 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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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일탈의 욕망이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의 대상 중에 '직장'이라는 테두리가 존재하고, 회사로부터의 일탈이야 말로 어떤 직장인이나 꿈꾸는 것일게다. 회사를 일탈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법이 있지만, 땡땡이는 소심해보이고, 연차휴가의 남발은 눈치 보이고, 지각/조퇴는 욕안먹으면 다행일 뿐이다.

 

역시 회사에서 일탈하는 최고의 방법은 사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탈'이 아니라 '이탈'하는 방법이 되겠다. 직장인에게는 로망이면서 공포이기도 한 사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작성 방법이야 뭐 특별한 것 없다. 인터넷에 널렸으니 찾아보면 된다. 다만 사표를 쓸 때 조심해야 할 것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사표 쓰기 전에 조심할 것


* 사표 제출의 정확하고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라

세상살이에서는 많은 것들이 명분의 문제로 귀결된다. 명분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이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다. 강짜 부린다고, 고집 피운다고, 자기 멋대로라고 인격에 대한 공격을 당하기도 쉽다. 사표도 그렇다.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그냥 쉬고 싶어서, 회사가 나한테 안맞아서라고 뭉게버리기에는 인생에서 '직장'이 가진 현실적인 의미가 너무 크다. 본인이 세운 명분이 다른 이에게도 어느정도 명분이 되어야 한다. 

 

* 진지한 조언을 얻는다

누가 되어도 괜찮다. 사표의 결심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조언을 들어라. 그렇게 풀어가다보면 의외의 결론이 나올 때도 있다. 재미있게도 사표를 낸다고 하면 평소에는 듣기 어려웠던 본인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사표는 신중해야 한다. 혼자서만 앓지 말고 주변에 물어보라.  

 

* 여기저기 다니면서 떠벌리지 않는다 

사표 쓰기 전부터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본인이 직접 소문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거 '찌질해' 보인다. 혹시 상황이나 생각이 바뀌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다. 퇴사에 관한 진지한 상담이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떠벌리지 말라.

 

* 사직 날짜를 안정감 있게 잡는다

회사의 업무에 심한 조정을 불러 오거나, 후임자를 고를 틈도 주지 않는 야박한 일정의 사표는 쓰지마라. 회사에 감정이 좋지 않은 경우 소심한 복수의 수단으로 활용성이 높겠지만, 자기만 챙기는 얌체같은 사람이라는 힐난을 동반하게 될 뿐이다. 내 것 뿐만 아니라 회사의 것, 회사에 남아 있는 동료들의 것도 같이 챙겨주는 모습이 좋다.

 


 사표 쓴 후에 조심할 것


* 직속 상사에게 얘기한다.

사표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듣는 사람은 직속 상사여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원만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역시나 직속 상사를 챙겨야 한다. 특히 관계가 안좋은 상사라면 더욱더 챙겨야 한다. 마지막 며칠을 지옥으로 만들 이유도 없거니와 끝까지 원수 지간으로 있을 필요도 없다.

 

* 속에 있는 말은 아껴라

막판(?)이라고 이런 저런 속마음 다 내보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속마음은 아껴라. 특히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는 삼가는 것이 좋다. 임원들이 너무 무능력하다, 누구누구도 나갈 마음이 있더라, 이 회사 이렇게 가면 5년 안에 망한다... 가는 길에 확~ 질러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회사에 영향을 주지도 못할 사람의 말이 뭐 그리 의미가 있겠는가? 나쁜 것은 그 안에 속해 있는 사람이 싸워가면서 바꾸는 것이지, 떠나는 사람의 한마디로 쉽게 바뀌지 않는게 조직의 속성이다. 회사의 흠을 얘기하면서 떠나면 그것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을 흠결이 명확한 회사의 구성원으로 매도하게 된다.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내고 가는 것은 자칫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결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 꼭 염두하자.

 

* 인수인계를 성실하게 이행한다

우연의 연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인수인계를 제대로 하고 떠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떠나는 것에 너무 급급하다는 느낌이고, 인수인계를 선택사항으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수인계는 베푸는 무엇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처리해야할 업무다. 회사에서 업무를 성실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니 다른 말 할 필요도 없다. 인수인계 제대로 안해놓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 고생시킬 수도 있고 하니 조금 귀찮더라도 성실히 임해야 한다. 

 

* 내 것이 아닌 것은 모두 반납한다

작은 거라도 내 것이 아닌 것들은 남겨두고 가라. 굳이 가져가고 싶으면 회사에 얘기해서 소유권을 갖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값을 치르거나 해라. 정이 들었다고 해도 회사 물건은 회사 물건, 내 물건은 내 물건이다.


* 자세와 태도는 끝까지 유지한다

사표 쓰고 태도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태 같은 것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데 퇴사일을 받아놓은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밖에 없다. 끝이 나쁘면 아무리 잘해왔어도 찌질이로 낙인 찍힌다. 퇴사하는 그날까지 평소의 태도를 유지해라.

 

* 과도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널 데려 가겠다, 이 회사를 위해서 꼭 한건 하겠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다, 이 회사 후회하게 만들겠다 등등...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약속은 하지 마라. 별 감흥도 없을 뿐더러 헛공약 남발은 정치인들만으로도 충분하다.

 

* 금품 정산 확실하게 한다

나중에 받고 나서 이상하네 저상하네 하면서 노동부 사이트 들락 거리지 말고 금품 정산은 사전에 유관 부서에 확실하게 확인해라. 회사가 적법하지 않거나 비도덕적으로 군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사전에 확인을 제대로 못해서 퇴사 후에도 돈 때문에 회사에 연락하고 그러면 나간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낯뜨겁다.

 

* 흔적 남겨 놓지 않는다

떠난 자리가 폭탄 맞은 듯이 널부러져 있거나 하면 안된다. 버리긴 아깝고 가져가긴 귀찮다고 서랍에 넣어두지도 마라. 도대체 왜 핸드크림과 거울과 샤프심과 책들과 다이어리를 그냥 두고 가는가? 삶의 흔적이라도 남겨둘 셈인가? 좋은 흔적이라면 몰라도 남에게 필요하지 않은 흔적은 남기지 마라. 없는 자리에서 욕먹는다.

 

* 빌린 것은 다 갚고 간다

돈이든 물품이든 남한테 빌린 것은 깨끗하게 갚아라. 특히 10원이라도 남의 돈을 쓴 것이 있으면 정산해라. 빌려간 2만원 값지 않고 퇴사했던 나의 옛날 직장 동료는 천하의 나쁜 사람 되었다. 정리 잘 못하면 먹튀 된다.

 

* 마지막 인사를 깍듯하게 한다

평소 퇴근하듯이 훌쩍 가면 안된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인사해라. 인사야 말로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며 지금까지의 관계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더불어 앞으로도 나는 당신들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니 빠뜨리지 말자. 세상 의외로 좁다.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의외로 쉽게 놓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은 조직에서 흔한 일이지만 그저 흔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회사를 나가는 순간까지 꼼꼼한게 좋다. 지금 떠나는 이 직장은 지금까지 본인의 삶의 터전이었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으로 지속되는 곳이다. 좋게 떠나는 것은 떠나는 사람에게나 남아 있는 사람에게나 좋은 일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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