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차이를 살펴보면 확실하게 대비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 낙관을 할 때는 대부분 감성적이 된다. 최대한의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계산이나 예측보다는 감感으로 예지(예측이 아니라)하는 경우가 적잖다. 반면에 비관적인 전망을 할 때는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직장에서 어떤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회의실에 두런두런 앉아서 이런 아이디어 저런 아이디어 꺼내들다가 "어, 그거 괜찮은데?"라는 반응이 어떤 아이디어에 모아진다. 그러면 그 아이디어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실행 계획이다. 결국 성공을 담보하는 근거는 그저 괜찮을 것 같다는 공통의 감인 것이다.
반면에 어떤 아이디어에 반대할 때를 생각해보자. "그건 아닌거 같은데..." 따위의 막연한 주장은 사장이나 이사쯤 되지 않는한 웬만해선 먹히지 않는다. 그런 근거가 부실한, 감에 의존한 비관론을 펼쳤다가는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놔봐봐봐" 같은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래서 비관적인 전망을 할 때는 유사한 아이디어의 실패 사례를 들거나, 누가 할 것인가, 언제 할 것인가, 예산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따위의 현실적인 애로 사항을 그 근거로 삼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비관주의의 체계적인 근거 마련 덕분에 낙관주의는 비관주의를 이기기 쉽지 않다. 회사를 그만 둘까하는 고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회사는 뭔가 불안하고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지금 그만 두어야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요즘 어떠 어떠한 분야가 뜬다고 하는데 내가 하면 잘 할 것 같고,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냐는 낙관주의적 전망을 하게 된다. 삘 받아서 멀리 달려간 경우에는 새로운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흐뭇해하기도 한다. 로또 1등 당첨과 무척이나 비슷하게 말이다.
반면에 비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실질적인 난관에 부딪힌다. 새로운 직장을 얻을 동안 생활비는 어디서 조달할 것이며, 부모님이나 배우자에게는 뭐라고 말할 것이며, 완전히 다른 일을 하게되면 지금까지의 경력은 아까워서 어쩔 것이며, 하다못해 살고 있는 원룸의 월세와 자동차 할부금, 넣고 있던 보험, 붓고 있던 적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따위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쯤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해놓고 옮기자는 절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며칠 동안 짬짬이, 하지만 전에 없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구인사이트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얼마 후에 거기에도 별거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회사 따위는 이승에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 조금더 버텨보자라는 매우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다. 액면가로 비관론의 완승이다.
직장은 들어가기 쉽지 않은만큼 나오거나 옮기기도 쉽지 않다. 주변에 취직, 퇴직, 이직을 척척 해내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것은 그저 본인이 희망하는 바라서 눈에 잘 들어오는 것 뿐이다. 실제로 올해 평균 이직률은 10명 중에 2명이 안된다. 그러니 자신이 못나서 그렇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말자. 그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직장에 몸을 담고 있다면 그만큼 잘났다는 거니까 말이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 그저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좀 더 힘이 센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걸 진작에 안 조르주 소렐 Georges Sorel 이라는 사상가는 이렇게 말했다.
- 비관주의자는 체계적 사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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