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직장 내에서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 중에 하나다. '영원하다'라고 한 것은 어쩌면 풀지 못할 숙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상호간의 의사소통인데 '상호'가 다른 사람, 서로 다른 인격체를 가리킨다. 내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한다고 하자. 이 때 내가 그 일을 직접 할 수도 있고, 남이 대신 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알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남이 대신 하는 것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남은 그 행위와 목적에 대해 내가 인식하고 있는만큼 인식하지 않아서다.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인식이나 견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놓고도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 생활에서도 그런 종류의 인식 차이, 견해 차이는 숱하게 (수시로) 일어난다. 서로 다른 경험, 지식, 의식, 관념을 가졌기 때문에 같은 대상이라 할지라도 다르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이러한 대상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차이, 정보의 불균형이 커뮤니케이션 문제의 본질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상대에 대한 동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의 문제인 것이다. 


직장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직장은 특정 목표의 달성을 위해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 행위의 결과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하다. 친구 사이에, 연인 사이에, 선후배 사이에, 가족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면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나빠진다. 물질적 손해를 동반할 수도 있지만 삶을 흔들고 생활을 뒤집을만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에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목표 달성에 영향을 준다. 직장이라는 곳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성을 우선으로 삼기 마련이다. 만약 효율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목표 달성이 어렵고 이는 곧 직장의 존폐 여부를 가른다. 그리고 직장의 존폐 여부는 직원들의 삶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직장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들이 여전히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정답이 나오진 않은 것도 확실하다. 나 역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정답을 알진 못한다. 하지만 업무의 효율을 그나마 덜 깎아먹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몇 가지 알고 있다.



1.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해라

여러 단계를 거쳐가면 내용이 왜곡되거나 누락되기 쉽다. 특히 내용이 복잡한 사안일수록 그렇다. 이럴 때는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하는 것이 좋다. 임원회의에서나 간부회의에서 특정 직원에게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을 때 보통은 그 직원이 속한 부서의 부서장이 내용이나 아이디어를 종합해서 전달하기 마련이다. (과감하게!) 그 직원을 회의에 불러 직접 업무 내용이나 관련 아이디어를 듣게 하면 내용의 왜곡이나 누락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 간부회의 때 나온 건을 처리하느라 몇 번이나 (간부회의를 할 때마다) 자료를 다시 만들거나 수정해본 사람이라면 수긍이 갈 것이다. 


2. 직설적으로 표현해라

업무의 목적, 시한, 수준 따위를 말할 때는 괜한 은유나 직유 따위의 수사를 구사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애둘러서 얘기하면 해석의 차이가 생긴다.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다. "사장님 스타일 알지? 적당히 해봐"(적당히는 어느정도를 말하는지?), "대충 이번 주 안으로만 줘"(금요일 저녁? 일요일 자정?), "영업부 지원 때문에 그러는데 말이야..."(영업부의 어떤 업무를 지원하겠다는 건지?), "알아서 해와"(내가 아는 만큼만?) 따위의 말들은 표현도 표현이지만 무책임한 말들이다.


3. 육하원칙

특정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요청할 때는 가능한 한 육하원칙에서 단 하나라도 빼지말고 말해야 한다. 특히 '왜'와 '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도 그냥 상대가 말하는대로 듣고 있어서는 안된다. 육하원칙을 기준으로 해서 빠진 것이 있는지, 모호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서 업무의 내용을 확실하게 규정하는 것이 좋다.


4. 써라, 녹음해라

뇌를 너무 많이 믿으면 안된다. 인간의 뇌는 100%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기억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업무를 받을 때 상대방이 원하는 내용을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파악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로 돌아가 들은 내용을 돌이켜서 업무의 내용을 파악하고 틀을 짜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그런데 이 때 오로지 자신의 두뇌만을 믿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유는 앞에서 얘기한대로다. 그러니 샤프심이 부러져라 종이에 쓰는 것이 제일 좋다. 내용을 받아적다 보면 그냥 듣고 있는 것보다 정리도 잘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가 질문을 할 수도 있어 좋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도 잘 나오니 쓰기가 좀 그런 자리라면 녹음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이나 관련한 글, 강연들을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잘 들어라(경청하라), 적당한 반응을 해줘라, 역지사지해라, 공감해라, 눈을 맞춰라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모자란다. 이런 것들은 대화를 할 때 가져야 할 태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하는 태도가 좋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즉 사안에 대한 인식과 이해, 정보 공유의 문제가 없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은 일(업무)을 위한 것이다. 일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의 커뮤니케이션, 즉 관계 맺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위에서 말한 네가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은 인간미가 다소 떨어지는게 맞다. 저렇게 해서라도 정확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을 인간미가 넘치게 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직장생활의 비인간성'을 감래하는 이유도 인감다움을 위해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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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성열 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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