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직장에서 칭찬은 상사가 부하직원한테 한다. 칭찬이 상사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부하직원이 상사를 칭찬하는 일은 잘 없다. 부하직원이 상사를 칭찬하는 것은 건방져 보인다는 (일종의)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부하직원이 상사를 칭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상사도 칭찬 받으면 기분 좋기 때문이다.
칭찬은 어떤 이의 능력이나 업적, 품행,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다. 인정 받고 싶어하는 사회적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욕구가 실현되면 당연히 기쁘다. 칭찬은 그런 욕구를 실현시킨다. 과장되고 왜곡된 칭찬의 행위인 아첨과 아부가 내 귀에 캔디처럼 달콤하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상사라고 해서 칭찬에 대한 느낌이나 기분이 다르지 않다. 무엇으로라도 칭찬을 들으면 흐뭇하고 기분 좋은 법이다 ("건방지게 니가 날 칭찬해?"라고 반응하는 상사가 있다면 불후한 어린시절 때문에 왜곡된 인성을 가졌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현실은 그런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 상사들은 칭찬 받는 일이 드물다.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 이상의 직책에 있는 상사들은 원래 일을 잘해야 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일을 잘해도 주변 사람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이라고는 기껏해야 “부장이니까 당연히 그 정도는 하지. 어디 고스톱 쳐서 부장 단 줄 알아?” 정도다. 상사들도 칭찬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직장에서는 '칭찬하는 사람'으로 묶여 있는 것이다.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 오라를 푸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상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칭찬할 궁리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상사를 칭찬하면 무엇이 좋을까? 일단 칭찬받은 상사의 기분이 좋아진다. 이마에 내 천(川) 자를 눕혀 놓고 있는 상사보다 복사꽃처럼 환하게 미소짓는 상사를 대하는게 부하직원 입장에서도 마음 편하다. 또, 칭찬은 다시 칭찬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상사와 부하직원이 칭찬을 주고 받다보면 관계도 좋아진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들은 부하직원은 훗날 칭찬을 잘 하는 '멋진' 상사가 된다. 이것만으로도 상사를 칭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꼭 업적이나 성과에 대해서 칭찬하지 않아도 된다. 부하직원의 짧은 경험과 식견으로 상사가 일을 잘 했는지, 괜찮은 수준의 성과를 뽑았는지 알기도 어렵다. 그런 칭찬은 상사의 상사에게 맡겨두고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넥타이 색깔, 드레스셔츠의 디자인, 까탈스럽지 않은 식성, 호쾌한 웃음, 반짝이는 구두, 풍성한 머리숱 같은 것들도 얼마든지 칭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부장님 넥타이 색깔이 오늘 날씨와 정말 잘 어울려요!", "이사님은 머리숱이 많아서 나이보다 젊어 보여요!" 안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그렇게 닭살 돋는 말은 아니다.
간혹 상사가 우울해 보이면 위로를 하고 싶은 (인간적인)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단언컨데, 위로보다는 칭찬이 더 쉽고 잘 먹힌다. 우울함이나 무기력을 부하직원에게 보여주고 싶은 상사는 잘 없다. 상사도 사람이다. 자긍심에 흠집이 생기면 감추고 싶은게 당연하다. 부하직원이 위로를 해준다면 고맙긴 하다. 하지만 자긍심의 흠집을 들켜버린 부끄러움도 같이 느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럴 때는 위로보다는 칭찬이 자신감을 회복과 미간의 주름 제거에 더 도움이 된다.
상사를 칭찬하는 사람으로만 묶어두는 것은 효율이나 전략을 떠나 비인간적이다. 상사도 사람이고 칭찬 받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낯간지럽다는 핑계로, 감히 부하직원이 상사를 어떻게 칭찬하냐고 몸을 사리는 것은 인간미의 부족이다. 칭찬은 기쁜 감정을 일으킨다.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 데 낯간지러움이나 위아래가 있다는 생각은 고쳐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다. 말도 안 통하는 짐승도 춤추게 하는 칭찬을 같은 인간에 속하는 상사에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상사에게 인간미를 느끼고 싶은가? 상사와 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사를 칭찬하라. 칭찬은 상사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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