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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책세상, 2006)

김성열 2014. 9. 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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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책세상, 2006)


이 책을 읽은 것은 '감정'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논한 철학자가 많긴 하겠지만(많긴 하지만) 스피노자가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스피노자라는 거대한 산을 단번에 오를 수는 없었다. 뭇사람들이 스피노자는 원문을 읽기 전에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이 낫다고들 했다. 산을 오르기 전에 산의 정보를 알려 줄 지도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에티카>의 전문(全文)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라는 산은 지도조차 험난했다. 스피노자를 알기 위해서는 당대의 철학 사조, 데카르트 철학과의 관계 따위를 알아야 했다. 스피노자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가며 세 번 정도를 읽고 나서야 희미하게나마 산의 모양새가 보이는 듯 했다. ('보였다'가 아니다.) 역자인 조현진 교수(그는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가 원문에서 일부만 발췌한 이유를, 해제와 주석, 용어 설명 부분이 본문보다 더 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 책은 <에티카>의 극히 일부만을 발췌한 것이라서 오히려 해제가 더 중요하라고 봐야 한다. 조현진 교수는 이 책에 옮겨져 있는 <에티카> 각 장의 서문이나 부록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에티카>의 내용과 스피노자의 주장을 압축해서 설명했다. <에티카>가 서양 사상에 미친 영향, 중요한 용어의 설명도 있어 스피노자와 <에티카>를 이해하는 데 꽤나 도움이 된다. 지금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에티카/정치론>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을 다시 펼쳐 참고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봐서는 입문서와 해설서로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면 나의 이해 수준이 바닥이라든가…)

 

나는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분석이 궁금해서 이 책을 열었지만 어느새 스피노자가 말한 인간의 자유와(스피노자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부정한다!), 궁극의 행복에까지 관심이 닿았다. 이 책이 스피노자라는, <에티카>라는 산의 지도로서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나의 얕은 앎으로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봉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봉우리까지 올라볼 마음이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의미를 갖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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