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삶과 사람

공무원 시험, 안되면 일찌감치 포기하세요

김성열 2014. 9. 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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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보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참 많다. 방학이 아니니 중고등학생은 없고 일반인들과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람실에 그득하다. 양 어깨를 죄어오는 열람실 책상의 칸막이가 부담인지 서고의 작은 책상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PC를 사용할 수 있는 방에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많다. 휴게실는 그룹스터디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시험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수다를 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 하다.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다. 지역마다, 직렬마다, 급수마다 다르겠지만 행정적 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만 해도 두자리 수는 기본이고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는 경쟁률이 세자리 수까지 간다고 한다. 400 여석의 도서관 열람실을 채운 사람들의 절반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 네댓명 정도가 합격한다는 말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그렇게 달가운 상황은 아닌게 맞다.


공부 잘하는 것도 재주

각자의 인생이니 어떻게 살든,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야 상관치 않는게 옳다. 개인의 삶에서 직업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깎아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붙들고 늘어진다고 다 되지는 않는다. 이런 말 하는 것이 좀 부담되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 두라고 권하고 싶다. 보통 1년 안에 시험 과목 전체를 한번 이상은 공부한다고 하고, 지방직, 국가직, 서울시 시험에 매년 있으므로 2, 3년이면 시험 과목도 서너번 이상 공부했고 시험도 여러번 치뤘다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아직 필기시험조차 합격하지 못했다면 시험 준비를 그만 두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자. 밤을 새도 성적 안나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놀면서도 성적 잘 나오는 얄미운 친구가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지 몰라도 공부에 대한 적성과 기질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5~7 개의 과목을 공부한 지가 몇 년이 지났다면 더 나올 점수는 없다고 보는게 맞다. 고등학교 공부를 남들보다 2, 3년 더 한다고 해마다 성적이 늘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또 다른 대학 입시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시험에 대한 태도나 의식, 절실함이 학창 시절과 다르며 학교 다닐 때 안해서 그렇지 열심히 하면 꽤 잘하는 머리를 가졌다고, 열심히 하면 분명 될 것이라고 자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생각과 각오로 임한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학을 두고 경쟁하던 것과 상황은 거의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번엔 경쟁자 모두가 같은 대학을 목표로 한다. 


고등학교 때 공부는 내가 받은 성적에 맞춰서 대학교를 선택한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다. 한 고등학교의 학생 모두가 같은 학교를 목표로 시험을 보는 것이다. 2014년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60대 1이 넘었다. 모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정직의 경우 2800명 정도를 뽑는데 18만명 가까이 응시를 했다.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하지 않았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보자. 모의고사에서 20만 명 중에 3000등, 200 명 중에 3등, 66 명 중에 1등 해본 적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상대평가의 함정

대한민국의 공무원 시험은 상대평가다. 내가 아무리 잘봐도 다른 사람이 더 잘보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전 시험의 결과가 다음 시험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매 시험이 그 때마다의 경쟁률과 그에 따른 합격 확률을 갖는다. 이번 시험에 아슬아슬 했다고 다음 시험에서는 붙을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몇 번을 공부한 과목들로 매번 다른 시험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무원 시험은 경쟁의 질이 문제가 아닐 뿐더러 오래 공부했다고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는 시험이 아니란 얘기다. 만약 오래 공부하면 절대 성적이 오른다고 해도 상황은 같다. 똑같이 오래 공부한 사람도 모두 성적이 오를테니 말이다.


경쟁률은 몇 십 대 1이지만 허수가 많다는 얘기도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응시율이 높다는 것이지 실제 경쟁률은 그렇게까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경쟁률에서 허수를 빼고 얘기한다고 상황이 좋아지진 않는다. 허수가 빠지면 알짜들만 남기 때문이다. 60대 1을 10대 1 경쟁으로 줄이면 그 안에는 알짜만 남는 것이다. 선지원 후시험을 치르던 대입 학력고사 시절 10대 1의 경쟁률은 엄청나게 무시무시했다. 3년 동안의 학업과 모의고사를 통해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학생들만 응시하기 때문이다. 허수를 빼면 더 무서운 것이 경쟁률이다.  


희망과 희망사항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은 성공한 케이스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합격한 3000 명을 본보기로 삼는다면 낙방한 17만 7천 명에도 어느정도는 시선을 줘야 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까? 바라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17만 7천 명 안에 자신이 바라지 않는 자신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을 외면한 채로 성공한 사람에게 자신을 투사하니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지, 현실적인 가능성은 어느정도인지 바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만 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합격을 기원하고 응원하는 것 같은가? 천만에 말씀이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서 불합격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시험 준비 하는 사람은 좋다. 경쟁자의 수가 줄어드니 말이다. 자신이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에게 포기하라고 말하지 못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음을 미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포기도 선택지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몇 년 해서, 몇 차례 시험 봐서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냉철하게 자신을 분석하고 자질과 가능성을 점칠 필요가 있다. 가능성은 배제하고 희망으로만 너무 매달리다보면 다른 것에 접근할 기회와 때를 잃어버린다. 공무원은 직업이다. 직업은 인생의 일부이고 수 많은 방식과 형태가 있다.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음을 감안한다면 포기도 선택의 대상에 포함시켜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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