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직원을 함부로 쓰면 망할 회사 된다

김성열 2014. 4. 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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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다. 참 중요한 말이다. 회사라는 곳이 아무리 시스템이 우선이라고 해도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고 그 시스템의 절대적인 구성요소도 사람이다. 그러니 사람을 잘 쓰는 것, 다시 말해 사람을 잘 채용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일은 회사의 발전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회사들이 모두 그렇게들 하고 있느냐하면 또 그건 아니다. 말로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사람을 쓰는 것을 보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무색한 경우가 많다.


직원은 가제트 형사

직원이 입사를 할 때는 특정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조건이 반드시 붙는다. 일단 입사하고 나서 할 일을 찾아보자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막상 입사를 하고 나면 면접 때나 근로계약 할 때와는 다른 업무를 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회사와 직원의 약속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 영업 담당자로 뽑아 놓고서 사장님 비서 업무를 시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입사할 때 약속했던 일과 함께 다른 업무를 덤으로(?) 주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업 담당으로 뽑아 놓고서는 사장님 비서를 겸직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업무가 서로 관계된 것이라면 그나마 좀 낫겠지만 아예 관련 없는 두 업무를 동시에 맡으라고 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원래 담당하기로 한 업무보다 부가 업무가 더 많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다. 기껏 연구소 직원으로 들어갔더니 고객기술지원 업무가 더 많다거나 하면 썩 기분 좋을리 없다. 상황이 그러니 하고 하루 이틀 견디다보면 어느새 담당업무가 그렇게 고정된다. 직원 입장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상황이다. 인사가 만사라면 이렇게 기준 없는 업무 분배는 피해야 한다.


적성 대신 열정으로

사람마다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 기질은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느냐를 결정하며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의 기질마다 판단과 행동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좀 더 매끄럽게 대응하는 기질과 그렇지 않은 기질로 나눌 수 있으며 그것을 두고 적성에 맞다, 적성에 맞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적성은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업무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적성도 그만큼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기질과 적성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모르는 척 할 뿐이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처음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분야를 무작정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택했다고 해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직, 부서 이동, 업무 분장 조정 등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서 업무 변동이 있을 때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영업 잘 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상품 기획 업무를 준다거나(제품을 많이 팔아봤으니 우리 제품이 어때야 하는지 제일 잘 알지?), 영업전략을 기획하던 사람에게 사업전략 기획 업무를 준다거나(영업이 곧 사업이니 영업전략이 사업전략 아닌가?), 제품 개발하던 사람에게 고객기술지원을 맡긴다거나(제품을 만들어봤으니 제품의 문제도 제일 잘 해결하겠지?) 하는 식이다. 직장인에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큼 고달픈 일도 없는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주면 퇴직금 계산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아무나, 되는대로

사람을 함부로 쓰는 경우 중에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바로 '아무나, 되는대로 쓰는 것'이다. 어느 부서에 업무가 너무 많아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했을 때 새로 사람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람에게 업무를 분배하거나(앞서 맨 처음 얘기했던 경우에 해당한다), 다른 업무를 하던 사람을 부서 이동까지 시켜가면서 그 일을 전적으로 담당하게 하는 경우다.


물론 회사는 '지금 회사 상황을 이해해 달라', '당신 적성에 맞는 것 같다',''당신에게 소질이 보인다', '그 쪽 업무에 경험이 있으니 잘 할 것 같다' 따위의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물론 진실되게 소질과 적성을 따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게까지 깊이 고민하지는 않는다. 새로 담당한 업무가 소질과 적성에 맞는다면 지금까지 하던 일은 소질과 적성에 안맞거나 덜 어울린다는 얘기인데, 적성도 안맞고 소질도 없는 일을 지금까지 시킨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경우는 사람을 쓰는 차원이 아니라 마치 서랍을 하나 비우고 그 서랍에 다른 물건들을 때려 넣는 것과 같다. 사람은 적성과 소질이 있지만 서랍은 들어갈 물건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과격한 부서이동이나 조직개편, 급박한 업무분장 조정이 생기는 것은 그저 급하니까 서랍을 하나 비우고 그 안에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집어넣는 것이다. 직원의 업력(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따위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서랍은 튼튼하면 되지 지금까지 무엇을 넣어두었는가가 중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는 사람 쓰기

회사가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업무의 효율이다. 그 일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일을 줘야 한다. 그것도 인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인사가 만사라를 말을 이상하게 해석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려고만 하는 경우가 있다. 회계 담당자로 사장의 와이프가 앉아 있고 인사관리 이사에 사장의 사촌 동생이 앉아 있으며 기획실장에 사장의 아들이 앉아 있는 것이다. 


물론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했거나 그 업무 분야에 대해 경력과 능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경영은 그냥 내 가족에게 한자리 주는 것,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나를 속이지 않을 사람을 앉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피를 나눈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은 자신이 하는 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길 원한다. 휴가 갔다오면 책상이 없어질까 무섭다는 농담은 회사에서 내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일이 없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는 얘기다.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책상도, 직급도, 자리도, 명함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퇴사에 불응하는 직원에게 빈 책상을 주고 하루 종일 앉아만 있게 하는 저열한 퇴사 강요 방법도 있지 않는가. 


직장인에게 업무라는 것은 존재 이유와도 같다. 그 존재 이유를 무시하고 유린하면서 입으로는 인사가 만사라고 떠들지는 않아야 한다. 그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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