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노래 솜씨 형편 없고, 몸치에다가,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 앞에만 서면 눈 앞이 아른해지는 많은, '끼'라고는 약에 쓸려고 해도 없는 직장인들은 고민한다. 난 왜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하고, 예능에는 재능이 없을까?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데, 회식도 일의 일부라는데, 나는 이 분야에서는 왜 이렇게 무능한 것일까? 좀 더 적극적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믿어도 될까 그 거짓말을?
그 안타까운 마음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잘 노는 것과 일을 잘 하는 것 사이의 연관성을 따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노래방에서 분위기 맞추려고 노래 열심히 부르고 탬버린 신명나게 치는 사람, 회사 체육대회 때 못하는 운동이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 송년회 때 못 추는 춤이지만 열심히 흔드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노는 것도 열심이니까 일하는 것도 열심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열심히 일하는 것과 일을 잘 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일의 능률과 결과를 무조건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는 것보다야 열심히 하는게 낫다는 정도가 전부다. 열심히 했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지 않던 경험은 직장인이라면 숱하게 겪는 일이다.
그렇다면 잘 노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어떨까? 노래를 잘해서 노래방에서는 완전 우리회사 가수인 사람, 운동을 잘해서 체육대회 때마다 서너 가지 경기에 빠짐이 없는 사람, 춤사위를 타고 나서 송년회 때마다 단독 무대를 갖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잘 노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뭐? 노래 잘 하는 것과 춤 잘 추는 것과 운동 잘 하는 것 역시 일의 능률을 보장하진 않는다. 차라리 앞에서 말했던 '열심히 노는 사람'이 결과 측면에서는 뭔가를 더 보장할 수도 있다.
예능감으로 월급 주나
'잘 노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모임에서 사람들 눈에, 특히 윗사람 눈에 잘 띄는 사람일 뿐이다. 윗사람 눈에 직원들이란 그놈이 그놈이라서 그냥 눈에 띄면 괜찮은 놈이고, 회사에서 괜찮은 놈은 일 잘하는 놈으로 쳐버리면 그만이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얘기는 직원들의 수준을 용이하게 가르기 위한 편의상의 표현이자 실증되지 않은 평가일 뿐이다. 어차피 일을 잘 하느냐 아니냐는 다른 기준에 의해 평가받게 되어 있다. 그런 기준조차 없다면 그게 어디 회사인가.
혹시 자신의 예능적 소질 없음에 가슴 아파하는 직장인 있다면 염려 놓으시라고 하고 싶다. 회사에서는 일을 잘하면 된다. 덤으로 성실하고, 예의 바르면 더 좋다. 예능감 따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회사에서 노래 잘한다고, 춤 잘 춘다고 월급 더 주는 법 없다. 눈에 들고 싶다면 일 솜씨로 눈에 드는게 제일이다.
회사에서 노래와 운동으로 나름 끗발 날리던 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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