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이유

의외지만 출근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 못하겠다는 직장인들이 제법 있다. 내성적이라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고, 눈 마주치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반갑지도 않은데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사람도 있다. 인사를 잘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고 좀 오버하면 용서가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니 열낼 일은 아니다.

개인의 성격으로 인한 행동의 소심함이나 인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나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린 문제다. 그래서 표준해법이라는 것이 없다. 그냥 사람들이 쭉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해야한다 정도가 답일 뿐이다. 그 답을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억지로라도 해라'이다. 하지만 억지로 하는 일들은 대부분 당사자에게는 가치가 없고 의미가 불분명한 일이다. 억지로 나간 맞선자리에서 상대방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대답이 무성의 한 것은 그 자리가 별로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라고 별다르지 않다. 하루종일 있어야 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억지로 뭔가를 해야 한다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인사할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인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개인적인 확고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사를 안하고 살려니 그것도 눈치보이는 일이다. 이럴 때는 인사를 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편이 낫다. 쉽게 말해 인사를 해야 할 필요를 만드는 것이다. 마음에서 팍팍 우러난 인사는 아니겠지만 어차피 억지로 하는 인사라면 이유라도 있는게 더 낫다.

인사의 가치

나 역시 출근하면 맨 먼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솔직히 모든 직원이 반갑진 않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인사를 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인사를 했다. 인사하는 마음은 이렇다. "내가 오늘 하루 당신을 존중해줄테니 당신도 나를 존중해주시오" 비록 나와 친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적인 관계에서는 대면대면한 사이라도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서 온 곳이니 그 차원에서 상대를 대하겠다는 의미다.

회사라는 곳이 혼자서 혼자만의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여러 부서들과 사람들이 얽켜서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때로는 감정과는 관계 없는 협력도 필요하다. 감정을 공유하고 친해지면 그 협력은 참기름 바른 듯 매끌거리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협력 여부를 내가 정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내가 정할 수 있다면 임원이나 사장일 것이다) 그러니 일을 위해서라도 동료를 존중해야 하고 동료에게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인사를 나름 열심히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사감을 버리라는 얘기

직장인에게 회사는 다분히 공적인 영역이다. 공적인 영역에 있을 때 사감(私感)을 버리라는 얘기는 사적인 감정에 얽매어서 공적인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경구도 되지만 사적인 감정과는 관계 없는 공적인 관계 설정도 받아들이라는 뜻도 있다. 사실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 인사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곤혹스러움과 일하는 것은 별개다. 게다가 일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공적인 관계 설정의 최소 실마리는 잡고 있어야 한다. 바로 그 마음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이렇게 하나 억지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필요에 의해서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나마 '필요'라는 가치와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인사 잘 하는 사람을 바른 사람이라고 하는 것에 반대한다. 인사는 위계질서를 지속하기 위한 오래된 습관에 지나지 않는 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른 사람이 아니면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은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직장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입사를 했다면 약간의 시늉을 하는 것도 할 일이다.

서글퍼는 말자. 회사에서 인사를 하는 것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으니 말이다. 고참을 사랑해서 경례를 때리는 군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