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삶과 사람

실패는 두려운 것이 정상이다

김성열 2014. 6. 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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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응원하는 말 중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보통 이말은 도전, 패기, 끈기, 열정 따위의 말들과 함께 앙상블을 이뤄서 젊은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응원의 메시지로 자주 쓰인다. 기운을 북돋는 말 중에 이만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쓰이고 많이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성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실패가 성공의 요소?

성공과 실패라는 것은 어떤 시도에 대한 결과이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행위자의 감정이나 마음가짐이 아니라 능력, 운, 노력, 조력 따위의 것들이다. 실제로 실패를 두려워해도 성공할 수 있는가 하면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아도 실패할 수 있다. 성공과 실패의 직간접의 경험들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음이 일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서 손해볼 일은 없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 마음이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서 오는 무계획성과 무책임함을 조심해야 한다. '그까짓거 실패하면 어때!'라며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용기'라고 불릴 수는 있지만 '현명함'이라 평가받기는 힘들다. 사실 말이 좋아 '용기'지 '용렬'이라는 말을 위로차원에서 한 것이라 보는게 옳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마음의 역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어떤 일을 시도하는 데 있어 필요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조차 않는 것보다는 실패의 두려움을 이기고 시도하는 것이야 말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걸음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그런 태도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지는 못한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는 큰일이겠지만) 타이슨이 나에게 권투 시합을 청했다고 하자. 그 시합에 응해서 나를 링에 오르게 하는 것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역할이다. 실제로 펀치를 주고 받으며 시합을 할 때는 펀치 하나 하나가, 스텝 하나 하나가 계획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시합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실패, 두려워해도 괜찮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마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불가능은 없다' 따위의 말들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린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패기와 열정을 상실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에서 실패가 주는 두려움의 크기와 실패의 영향력이 제각각인 것을 생각하면 실패를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것은 무례한 생각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입장에서야 모르겠지만, 자기들 말로 성공이 습관이 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이다. 두려운 것은 두려운 대로 둬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해야만 더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있다. 때로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의 실패를 옹호하거나 불성실함과 무계획, 무책임을 정당한 것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조차 있다 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하는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실패해도 괜찮다'가 아니라 '실패를 받아들이겠다'라는 뜻이다. 노력과 열정과 역량을 모두 쏟아 붓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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