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혼전임신의 숨길 수 없는 불편함들

김성열 2014. 2.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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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혼전임신을 두고 심하게 낯뜨거워 하는 경우도 없거니와 윤리적인 비난을 듣는 일도 별로 없다. 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혼전임신과 결혼은 그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으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임신을 혼수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저 다들 하는 일(?)인데 어쩌다 실수해서 애가 들어선 정도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일종의 동업자 정신인지도 모른다) 


혼전임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혼전임신이든 혼후임신이든 뱃속의 아이는 축복 받아야 한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가 축복받아야 한다고 해서 혼전임신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아무리 감추려해도 혼전임신은 그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런 불편함을 '요즘 같은 시대에 혼전임신은 흠이 아니며 보편적'이라는 논리로 퉁치려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임신입니다. 결혼하세요.

혼전임신의 가장 큰 불편함은 임신이 결혼을 결정하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사랑이든, 물질이든 간에 결혼은 행복하기 위한 결합이다. 그런 결혼이 혼전임신을 만나면 행복을 위한 결합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위한 결합이 되어버린다. 결혼이라는 결합 형태를 절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치더라도 결합을 통한 임신이 아니라 임신을 통한 결합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결혼을 약속했거나 한다면 그래도 좀 낫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고 그 상황에 떠밀려서 결혼을 한다면, 좀 못되게 얘기해서 그것은 두 사람이 원해서 한 결혼이 아니다. 그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결혼을 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혼은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혼전임신이 빌미가 된 임신은 불러오는 배 덕분에 그런 과정이 성급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결혼준비를 한다는 것은 집을 구하고 가구와 그릇을 장만하는 것만이 아니다. 정말 이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란 고민,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결정과 선택을 스스로 하고 뜻을 확고히 하는 것이 결혼준비의 가장 큰 일이다. 혼전임신은 준비되지 않은 결혼을 부추기며 준비되지 않은 결혼이 준비된 결혼보다 나을리는 어렵다.


준비된 축복이 행복하다

임신은 축복받을 일이다. 결혼을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임신을 했을 때 부부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아이도 축복받고 부부도 축하를 받는다. 세상에 또다른 삶을 내놓는다는 결정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임신에 대해서 축복하고 축하하는 것이다.


혼전임신도 축복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혼전에 아이 가진 것을 기뻐할 예비부모가 얼마나 될까? 아무런 준비도 없는데 임신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멘붕이 오지 않은 커플이 얼마나 있을까? 그 순간에 뱃속에 아이를 축복할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계획된 임신과 혼전임신의 차이는 거기에 있다. 계획된 임신은 임신 소식에 축복과 축하가 따르지만 혼전임신의 임신 소식에는 축복 대신 '어떡해'라는 암담함, 축하 대신에 '어쩔려구 그랬어~'라는 힐난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는 죄가 없건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에 혼전임신에 대해 후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의 이유를 혼전임신에서 찾는다는 얘기다. 앞에서 말했듯이 혼전임신은 결혼을 종용하는 기재로 쓰이기 쉽다. 그러니 혼전임신을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개연성이 있는 얘기다. 하지만 혼전임신을 탓하는 순간, 그 혼전임신으로 세상에 나온(또는 나올) 아이에게 불행한 결혼의 탓을 돌리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누가 낳아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놀다가 이렇게 덜컥 낳아놓고서는 왜 탓을 하는가? 심지어 '너(얘, 걔) 임신하는 바람에...', '그 때 너(얘, 걔)만 갖지 않았어도...'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책임을 자식에게 떠넘기는 치사함이며 아이를 향한 폭력이다.


자나깨나 조심

남녀가 서로 좋아서 잠자리를 갖는 것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으로 얘기할 것이 아니다. 특히 성인이라면 자기 몸 자기가 알아서 간수하는 것이지 순결, 방정함 운운하며 합의된 연애의 수단조차 제약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연애의 방법이 문제 없는 것이라고 해서 그 결과까지 문제 없진 않다. 혼전임신이 아무리 보편적이 된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제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굴지 말자. 준비도 없이 임신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다들 쉽게 결혼하고 애 놓고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 사이에는 엄청난 고민과 준비와 계획이 있다. 그런 것들 없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떠밀려 가는 상황이 되었다면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결혼과 임신이야말로 인생의 큰 변곡점인데 떠밀려서 해서야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좀 조심하자고 말하고 싶다. 즐기는 것도 좋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삶에도 계획은 어느정도 있어야 하고 그 계획에 맞추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월요일부터 기분도 꿀꿀한데 제주도 가서 은갈치 구이 먹고 오자'라고 하면 분명히 가지 않을 것이다.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내일 출근이라는 하루짜리 계획도 지키려는 근성이라면 삶의 계획에 대해서는 더 민감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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