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홍익표 의원이 걸어가는 '꼰대의 길'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의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못 배워 먹은 20대론'을 들고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시들시들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 가관이다. 더 꼴불견인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사과를 하고 나었지만 홍익표 의원은 홍영표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비판한 하태경 의원을 고발하고 최초 보도한 MBN에 대해서도 조치하겠다고 했다. 설훈 의원은 해명에 나서긴 했지만 자신이 틀렸냐며 오히려 반문을 했다. 사과라고는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언급을 한 정도다. 상처는 20대 남성들이 받았는데 사과는 왜 기자에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두 사람 다 자신이 틀린 말 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 홍익표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서 하태경 의원과 토론 해볼 생각 없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1당의 수석대변인이고 하태경 의원 쪽은 영향력도 없는 소수 정당이라고 빈정거리기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 지는 이제 겨우 2년이다. 선민의식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매우 건방진 태도다.
설훈 의원은 20대 남성의 정부 및 집권당 지지율이 빠지는 이유가 이명박, 박근혜 시절 잘못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익표 의원은 20대가 보수화 되는 이유를 60~70년대식 반공교육을 받아서라고 했다. 워낙 말이 안되는 헛소리라서 분석이나 반박을 할 가치도 없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 받은 교육에 20대들이 영향을 받았다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준 20대는 누구란 말인가? 1967년생인 홍익표 의원은 공교육을 받지 않은 홈스쿨링 출신인가? 이런 어설픈 뇌피셜을 일반화 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빠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20대 남성 입장에서 정부와 집권당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선상에 있는 20대 여성의 경우 페미니즘, 양성평등 같은 사상적 구심점도 있고, 그것을 현실화 시키려는 정치적 시도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20대 남성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자신들을 챙겨줄 수 있는 제도가 정치이지만, 요즘 정치는 20대 남성보다는 20대 여성의 권익 향상에 치우쳐져 있다. 20대 여성들의 삶의 환경이 나아지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며 해야할 일이다. 20대 남성들도 그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데 우리는?"이라는 생각이 나지 않을 수는 없다.
설훈 의원은 이런 조짐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20대 남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을 까발려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20대를 싸잡아서 잘 못 배운 사람으로 몰아간 홍익표 의원의 의중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자신들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두 의원은 교육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들이댄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그러려니 한다. 사람은 일이 틀어지면 일단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몹시도 불쾌한 것은 이 두 사람은 끝까지 20대 당사자들 탓을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두 사람은 '교육'을 원인으로 얘기했지 20대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대로라면 20대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교육 때문에 우매해진 사람들이다. 누군가로부터 "네 탓은 아닌데, 네가 멍청한 건 사실이야"라는 말을 듣는다면 "아, 그렇구나. 그게 누구 탓이야?"라고 할 사람은 없다. 나를 멍청하다고 정의한 당사자에게 반감과 적의가 생기고 기분이 몹시 상할 뿐이다.
두 의원은 마치 자신들의 분석은 이성적인 듯 군다. 그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 분석이 틀려?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맞잖아. 너무 감정적인 것 아니야 들?” 하면서 비아냥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난 두 의원에게 가장 역겨운 지점이다. 자신들은 이성적인 사람들이고 20대는 잘 못 배워서 우매한, 그래서 계몽이 필요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이다. 만약 20대가 정말로 잘 못 배웠다는 두 의원의 말이 맞다면, 이 두 의원에게는 20대를 계몽하고자 하는 의식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두 의원의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되고 일반화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짧고 허접한 사고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이런 수준의 생각으로는 누가 누구를 계몽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안았다고 고집한다. 20대의 계몽을 위해서? 아니다. 두 의원 자신들이 모르건 알건 간에 두 사람은 지금 꼰대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훈, 홍익표 두 의원은 꼰대의 전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꼰대들의 기본 마음가짐은 그렇다. 자신들은 항상 옳고, 자신들의 생각을 결코 바꾸지 않는다. 특히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거나 어린 사람들에게 이 두 의식은 무조건 적용된다. 그래서 잘 배우시고 연배도 높으신 두 국회의원이 경험도 없고 교육도 잘 못 받아서 어리석은 20대의 지도편달에 나선 것이다. 전형적인 꼰대질이다. 그래도 정치판에 있는 사람들이니 적당히 고개 숙이고 자중할 것이라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꼰대 의식에 빠져들면 꼰대질을 참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꼰대의 탈을 벗기는 어렵다. 꼰대질에는 약이 없다.
다행히 그 꼴을 보지 않을 방법은 있다. 1년 후에 뽑아주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꼰대질 하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 정치는 국민들을 위해 하는 것이지 되지도 않는 논리로 국민들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을 가고 꼰대는 꼰대의 길을 가면 된다. 정치인의 길은 국민들이 정할테니 부디 두 의원님들은 정치인의 길에 어슬렁 거리며 국민들 가르치려 들지 마시고 그냥 그대로 꼰대의 길을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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