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직장인을 괴롭히는 '나쁜 미팅'의 종류

김성열 2014. 5. 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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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미팅의 굴레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혼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만남과 교류는 필수다. 함께 일을 하기에 일의 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의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점검하는 일도 동료와 함께 한다. 하지만 업무에 관한 미팅이라고 해서 다 달가운 것도 사실 아니다. 때로는(운이 나쁘다면 자주) 왜 하는지도 모를 미팅에 말려들어가 속이 영 불편할 때도 있다. 


1. 벼락 미팅

직장인들이 접하는 나쁜 미팅 중에서 벼락 미팅만큼 당혹스러운 것도 없다.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미팅을 갖자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걔중에 누군가는 외근을 나가야할 수도 있고(나가 있을 수도 있고), 급한 업무로 촌각을 다툴 수도 있고, 한참 업무에 집중해서 최고의 효율을 누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정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미팅합시다!' 한마디에 모든 흐름을 끊어진다.


이런 벼락 미팅은 주재하는 사람의 성향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독선적인 리더십을 가진 리더를 만나면 이런 경우를 겪기 쉽다.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외근 나간 사람을 빨리 불러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정말 답이 안나오는 경우다), 어디에서 뭘하고 있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알아내라고 닥달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업무 미팅을 주재하는 리더는 팀원이, 부서원이, 동료 직원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리더의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업무의 흐름 따위는 관심 없이 그저 자신의 의지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려 들고 그 안에서 직원들은 그저 '부하'로 여기는 리더의 전형이다. 그러니 미팅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갑자기 미팅에 끌려 들어온 판국에 의견이 철철 넘쳐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기분도 안생긴다. 벼락 미팅이야 말로 직장인의 속을 정말 불편하게 하는 나쁜 미팅이다.


2. 습관적 미팅

많은 회사가 월요일 오전에 업무 미팅을 많이 한다. 지난 주의 중요 업무에 대해서 강평하고, 한 주의 계획을 점검하고, 특이 사항을 확인하고, 실직적인 업무 방안을 수립한다. 물론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굳이 모이지 않아도 되는데 미팅을 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월요일이니까 미팅 하자'란 얘기다.


사람들을 모아 놓기만 한다고 미팅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미팅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목적의 근거가 될 소재(논의 대상)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팅의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소재가 딸릴(?) 경우에는 굳이 미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얘기를 할지, 어떤 결과를 얻을지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월요일이니까', '매주 이 시간에 해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모여 앉아 있는 것은 아주 나쁜 습관일 뿐이다.


모이기는 했는데 할 말은 없고, 다들 앞에 놓여 있는 다이어리만 쳐다보다가(지난 주 회의 때 한 얘기를 들춰보는 경우가  많다) 회의를 주재한 사람이 '뭐 할 말들 없어요?' 하는 정도라면 '우리는 쓸데 없이 괜히 모여 앉아 있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 없다. 효율이 미덕인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사장님이 알면 좋아하실까?



3. 벙어리 미팅

기껏 미팅이라고 모아 놓고서는 업무에 관해서는 별 얘기가 없고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업무 진행 방향이나 사장님의 당부 말씀, 미팅을 주재한 당사자의 훈화(잔소리?) 따위만 잔뜩 늘어놓는 미팅도 사람 속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 미팅에 참가한 팀원이나 부서원들은 벙어리가 되어 있고 팀장이나 부서장 혼자서 다이어리 읽어 내리는 것을 업무 미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건 그냥 '소집'일 뿐이다.


미팅은 커뮤니케이션의 한가지 방법이다. 업무 미팅은 여러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의 효율을 확보하려는 것이 궁극적 목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벙어리가 되어 있는 미팅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얼굴을 보고 직접 얘기해야 잘 먹힌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부회의에 직원들을 옵저버로 참가 시키고 사장님 말씀은 사장님이 직접 하시면 된다. 문맹률 최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다. 전달 사항은 메일로 보내도 된다. 전달 사항을 공지하느라 굳이 미팅까지 하는 것은 (의견을 들을 것도 아니라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


4. 무결론 미팅

오랜 시간 얘기를 했는데 결론이 없는 업무 미팅이 있다. 결론을 내지 못할만큼 의견대립이 첨예하거나 단 시간에 결론을 내지 못하는 안건을 다루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는 미팅을 주재하는 사람이 반성할 일이다. 미팅을 주재하는 사람은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를 만듬과 동시에 그것이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미팅의 주재자는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 없는 미팅은 또다른 미팅을 예정할 수 밖에 없다. 직원들은 같은 얘기를 또 해야 하고 또다시 결론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마다 미팅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시간 버리고 정력 낭비하는 꼴이 된다. 그러니 기탄 없이 얘기해보라는 말만 던지고 논의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미팅을 주재하는 사람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다소 거칠더라도 결론을 내고, 또다른 미팅에서 그 거친 부분을 매끄럽게 다듬는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미팅만 해서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기 힘들다. 미팅은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5. 블랙홀 미팅

업무 미팅이라고 하면 보통 한 부서나 팀(프로젝트 팀 포함) 단위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로는 논의 사항에 한정이 있어서 굳이 모두 모일 필요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갈 수 없는 블랙홀처럼 사람을 붙잡아두는 미팅도 있다. 이런 미팅에 들어가면 어떤 이는 미팅 내내 자신의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일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척을 해야 한다.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것은 연대감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업무의 효율 측면에서도 손해볼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상세한 내용까지 서로 알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면 그에 맞춰서 미팅을 진행하는 융통성도 있어야 한다.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들끼리 그 정도 관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관심은 필요에 따라 정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직장에서는 더 그렇다. 남의 일까지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관리자급 리더의 일이지 일반 직원의 임무는 아니다.



업무 미팅을 주관하는 리더는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되는대로 미팅을 잡다보면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불편함까지 줄 수 있다. 리더에게 직원들이 일을 잘하도록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역할의 수행은 절대적이다. 이 역할에 대한 긴장감을 잃어버리면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미팅의 주선자가 되기 십상이다.


업무 미팅을 주재하는 리더의 입장과 업무 미팅에 참가하는 직원의 입장을 모두 아우르는 올바른 미팅의 전형을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업무 미팅을 통해서 문제의 해결방안을 구하고, 상황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이 업무 미팅을 주재하는 리더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리더는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말을 잘 듣기 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은 직원들이 주로 한다. 그러니 그들을 주축으로 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업무 효율의 재고라는 원래 목적에 걸맞는 업무 미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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