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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8

화병의 탄생

큰 사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시시때때로 분노를 느낀다. 앞서 말한 것처럼 40대 남자들의 동선(動線)은 주로 일터와 집으로 편중되어 있다. 가끔은 친구를 만나거나 일이나 가정과는 상관없는 여가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일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쉬어가기'다. 어디까지나 일터와 집을 오가는 것이 40대 남자들의 본궤도다. 동선이 단순하다 보니 보니 겪게 되는 일이나 처하는 상황도 특별한 변화가 없이 거의 일정하다. 그날이 그날이고 그 일이 그 일이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하지만 고정되다시피 한 일상의 곳곳에 분노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일상의 분노40대 남자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낸다. 비단 40대 남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렇다..

40대 남자의 감정 - 분노

분노의 정의분노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화를 내는 것’, ‘성을 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욕망의 실현을 부정하거나 저지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결과로 생기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욕망의 실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 갖고 싶은 것을 갖거나 갖기 싫은 것을 내치는 것과 같은 ‘의지’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욕망의 실현’은 내가 가진 신념이나 의견을 관철함으로써 얻는 인정도 포함된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이익과 직접 관계는 없어도 나의 신념 체계에서 볼 때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에 분노를 느낀다. 인간의 역사에서 분노는 오랫동안 파괴적이고 이롭지 않은 감정으로 여겨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분노는 어리석음에서 시작하여 후회로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의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정의는 '어떠한 현상이나 일, 사물에 대한 심정이나 기분'이다. 나는 이 정의를 '외부 자극에 대한 마음(정신)의 반응'으로 표현한다. 이 정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져 왔으며, 감정은 이런 정의에 근거하여 해석되고 논의되어 왔다. 반면에 감정의 목적이나 형태, 발생의 메커니즘 따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으며 지금도 새로운 의견들의 등장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감정에 대해 좀 더 계량적이고 물리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350여년 전 르네 데카르트가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 이원론을 바탕으로 '정념'을 논할..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 개천에는 용이 없다.옛날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자수성가 스토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깨끗하고 쾌적한 대형 수족관에서 용이 양식되는 세상이다. 실제 통계를 봐도 그렇다. 신한은행이 발표한 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1천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 1인당 총 교육비는 1억 4천 484만원이다. 이는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4천 766만원의 3배에 이른다. 또, 월소득 1천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가 해외 유학을 하는 경우는 41.7%인 반면 월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자녀를 해외에 보내 교육을 시키는 것은 14.4%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통설을 감안하면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불안과 반감이 교차하는 자녀 교육

교육 = 경쟁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전문가인 분야가 있다. 바로 교육과 정치다. 교육과 정치 얘기만 나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온갖 문제와 해결방법이 쏟아져 나온다. 다만, 교육과 정치를 대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정치는 신념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의견이 상반될 때 대립이 심해진다. 그래서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정치 얘기를 하다 보면 금방 논쟁이 되고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긴다. 삼삼오오 모인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꺼리는 이유다. 이에 반해 교육만큼은 의견 일치가 잘 되는 편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은 개인의 신념이나 관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경쟁과 효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 경쟁에서만큼은 최대한 남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명제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거의 진리에 가..

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

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김성열 지음, 이원이 감수, 인포더북스, 2017) 소담하게 얘기하면 감정에 대한 되돌아봄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이성만능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기다. 더 있어보이게 말하면 '이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성공과 우월을 과시하는 자들에 대한 부정의 시작이다. 이성과 논리, 그것들을 시스템으로 구조화하여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우월과 열등을 가르는 근대적 사고에 대한 저항이다. 아쉽게도 그런 큰 그림은 글쓴 이의 머릿속에만 있다. 이 책은 그저 하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직장'이 배경일 뿐이다. 이성과 논리를 배격하지도, 감정의 우월함을 말하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판단과 행위에 감정이 제법 녹아들어 있음을 얘기하는 정도다. 아마 그 영역을 넓혀가면 이성에 대..

에티카/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8)

에티카/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8) 인간의 감정에 대한 궁금함에서 시작했던 에티카 읽기로 늦은 여름과 가을을 꼬박 채웠다. 감정에 대해서 논한 3부와 4부, 그리고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5부를 주로 읽었다. 신에 관해서 논한 1부와 정신의 본성에 관해서 논한 2부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선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미완으로 남아 있는 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물론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든 것은 가 읽는 책이 아니라 공부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금세 느꼈기 때문이다. 철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들어 다른 책들도 많이 참조했다. '책세상'에서 나온 (완역본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들만 발췌하고 해제를 덧붙인 일종의 지침서..

에티카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책세상, 2006)

에티카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책세상, 2006) 이 책을 읽은 것은 '감정'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논한 철학자가 많긴 하겠지만(많긴 하지만) 스피노자가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스피노자라는 거대한 산을 단번에 오를 수는 없었다. 뭇사람들이 스피노자는 원문을 읽기 전에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이 낫다고들 했다. 산을 오르기 전에 산의 정보를 알려 줄 지도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의 전문(全文)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라는 산은 지도조차 험난했다. 스피노자를 알기 위해서는 당대의 철학 사조, 데카르트 철학과의 관계 따위를 알아야 했다. 스피노자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가며 세 번 정도를 읽고 나서야 희미하게나마 산의 모양새가 보이는 듯 했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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