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변희재 밥값사태- 사람은 어떻게 찌질해지는가

김성열 2014. 1. 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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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보수 논객 변희재의 밥값 떼먹기 논란이 드세다. 내용은 심플하다. 변희재가 사람들을 잔뜩 모아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변희재 측이 밦값의 일부(1300만원 중 300만원)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먹튀?) 식당주인의 주장이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에 변희재측은 밥값 미지불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식당측을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관련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하고 있으며,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서 좌우익,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싸우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나는 이것이 편싸움으로 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특정 단체의 밥값 미지불 따위로 편을 나눠서 싸우는 것은 불필요한 이성의 낭비다. 더구나 편싸움으로 번지면 사실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이것은 변희재의 주특기며 편싸움은 변희재가 원하는 바라고 해야 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밥값을 떼먹은 이유

한겨레신문에 보도가 나간 후 변희재는 트위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300만원을 내지 않은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한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 손님은 600여명인데 식당의 서빙 직원은 단 3명이어서 손님들이 서빙을 해야했다.

- 식당이 초벌구이가 안된 생고기를 내놓았다.

- 식당이 서빙을 포기해 김치 등의 밑반찬 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 밥값 1300만원 중 1000만원은 현장에서 지급하고, 남은 300만원 중 서빙과 밑반찬 제공이 안된 점에 대해 100만원 할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식당측은 거절했다.

- 식당측이 한겨레신문에 이러한 내용을 고자질했다.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라 판단한다.

- 식당 주인이 원래 좌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말하자면 종북식당이다.


변희재측이 말하는 서비스가 부실했던 상황이 밥값 300만원을 미지불해야하는 정당한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정당하다라는 의미는 사회 통념에 위배되지 않으며 법적 문제가 없다라는 얘기다. 


감정이 밥값 지불의 요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밥값을 내는 것은 사회통념으로도 그렇고 법적으로 당연한 의무다. 서비스가 엉망이었다고 한 변희재측의 주장은 곧 손님에게 밥을 내놓기 위한 일련의 행동양식인 '서비스의 의무'를 식당측이 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쓰고 밥을 먹진 않으니 (한번 그래보고 싶긴 하네) 이런 경우라면 양자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사회통념이다. 


변희재측의 주장을 보면 서비스가 제대로 안되었으므로 100만원을 할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식당은 거절했다. 협의를 시도했으나 협의가 되지 않은 것이다. 변희재측은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밥값을 내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변희재측이 제안한 사항은 밥을 먹고 밥값을 내겠다는 기본적인 계약 이외의 추가적인 것이다. 추가적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기본적인 계약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가? 


어떤 손님이 식당에서 삽겹살 먹고 나서 불판을 두번 밖에 갈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3000원 깎아달라고 한다. 식당 주인은 그건 좀 어렵다고 한다. 그랬더니 이 손님은 인상 한번 팍 쓰더니 3000원을 안내고 가버렸다. 우리는 이런 손님을 진상 손님이라고 하며, 찌질하다라고 한다.


주의전환을 통한 교묘한 감성 조장

변희재측은 또하나의 찌질함도 잊지 않았다. 식당을 '종북식당'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밥값과는 아무런 상관 없다. 이런 얘기를 '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온한 사상을 갖고 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그 식당이 주장하는 것들은 당연히 볼온하거나, 나아가서는 정당하지 않다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논쟁에서 논점을 흐리거나 주의를 전환하여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주의전환' 기법이다. 물론 온당한 논쟁 기법이 아니라 '주의전환 오류'라고 불리는 논점 일탈의 대표적인 방법 중에 하나다. 한겨레 신문에게 흘려서 기사화 한 것은 식당의 노이즈마케팅이라는 주장과 한겨레 신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변희재가 좋아하는 '법'으로 하자면, 일단 밥값을 내고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두번 해본 사람이 아닌데 그간의 경험은 어디가고 이렇게 찌질하게 구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이번 밥값사태에 대한 변희재의 자기정당화를 보면서 역시 사람 찌질해지는 데는 밥값 떼먹는 것만한게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불완전한 먹튀의 찌질함

세상 찌질한 짓 중에 하나가 밥값 떼먹는 것이다. 그것도 밥값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떼먹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찌질함이다. 햄버거에 바퀴벌레가 여러마리 들어있는 것보다 반마리가 들어있는 것이 더 불쾌한 것과 같다. 밥값을 아예 내지 않으면 간이 부은 것이지만 밥값의 일부를 떼먹으면 찌질한것이다. 변희재측이 잘못의 인정과 밥값의 지불, 소송의 취하로 '변리바바와 600인의 도적'이라는 그닥 명예롭지 않은 타이틀은 하루빨리 반납하길 바란다.


물론 진심으로 기대하고 하는 말은 아니다. 변희재는 내가 기대한 대로 움직여주는 그런 가벼운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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